모킹버드 월터 테비스 시리즈
월터 테비스 지음, 나현진 옮김 / 어느날갑자기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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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은 《퀸스 갬빗》이었어요.

넷플릭스 드라마를 재미있게 봤고, 그 원작 소설의 존재를 알게 되면서 월터 테비스 작가님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네요. 이번에 새롭게 월터 테비스 대표작 5종 세트가 출간되었어요. 다섯 권의 책 중에서 무엇을 골라야 할지 고민할 필요가 없어요. 한 권을 읽기 시작했다면 그 다음은 알아서 쭉 읽게 될 테니까요. 이미 유명한 미국 작가님과 작품들을 이제야 만나게 됐네요.

《모킹버드》는 월터 테비스 작가님의 SF 소설이에요. 1980년 출간된 이 작품은 머나먼 미래를 그려내고 있는데 주인공이 인간이 아닌 로봇이라는 점이 특이하네요. 지구상에 살아남은 인간들은 글을 읽을 줄 모르고, 그나마 글을 읽을 줄 아는 몇 안 되는 사람들 중 하나가 메이크 나인 로봇에게 '로버트 스포포스'라는 이름을 지어줬어요. 인간의 기발한 독창성으로 만들어진, 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아주 정교한 기계인 스포포스는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로봇이에요. 무너진 도시를 재건하고 인간에게 봉사해야 할 임무를 수행하는 로봇이 보여주는 미래는 너무나 암울하네요. 스포포스는 왜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꼭대기에 올라갔을까요. 인간과 로봇이 뒤바뀐 듯한 세계가 어쩐지 낯설지 않은 건 최근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AI 때문인 것 같아요. 어떻게 월터 테비스는 40여 년 전에 이런 미래를 그려낼 수 있었을까요. 놀라운 통찰로 빚어낸 인류 자화상이 아닌가 싶어요.

"스포포스의 로봇 마음은 생각버스의 텔레파시인 웅웅 소리를 감지할 수 있지만, 그의 의식 상태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 무언가 천천히, 부드럽게 그의 마음속으로 들어오고 있다. 그의 정신은 그것이 차분히 들어올 수 있게 한다. 그는 돌아서서 북쪽을 바라본다. 그때 갑자기 어둠 속에서 바람이 휘날리고, 짙은 색의 자그마한 무언가가 스포포스의 움직임 없는 오른팔에 앉더니 불현듯 얼어붙은 실루엣으로 변한다. 새였다. 그의 팔에 참새가, 도시 참새가 앉아 있다. 너무 높은 곳까지 올라온, 강인하지만 불안해하고 있는 새. 그 새는 그와 함께 새벽을 기다린다." (45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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