퀸스 갬빗 월터 테비스 시리즈
월터 테비스 지음, 나현진 옮김 / 어느날갑자기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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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스 두실래요?" (494p)

드라마를 보다가 체스의 매력을 알게 됐어요. 엄밀히 따지자면 체스 그 자체보다 체스를 두는 소녀에게 반했다고 해야겠네요. 넷플릭스 드라마 퀸즈 갬빗"의 주인공 베스 하먼은 남자들이 독점하던 체스판에 등장한 천재 플레이어예요. 워낙 재미있게 봤던 드라마라서 원작 소설이 무척 반가웠어요. 역시나 원작 소설만이 줄 수 있는 즐거움이 있네요.

《퀸스 갬빗》은 월터 테비스의 소설이에요. 드라마로 시작된 관심이지만 덕분에 월터 테비스라는 작가와 그의 작품들을 재발견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이 소설은 1983년 출간 당시에도 많은 화제를 모았다는데 2020년 드라마로 흥행하면서 자그마치 37년이라는 세월을 뛰어넘어 그 인기를 이어가고 있네요. 체스가 원래 이렇게 재미있는 게임이었나 싶을 정도로 빠져들게 만든, 월터 테비스 작가의 필력에 감탄했어요. 체스 룰은 몰라도 내용을 이해하는 데에는 전혀 문제가 없지만 알고 보면 훨씬 더 재미있을 것 같긴 해요. 책 제목인 퀸스 갬빗은 체스 용어예요. 퀸은 여왕, 체스 말 중 하나인 그 퀸이고, 갬빗은 체스를 시작할 때 두는 첫 수를 의미한대요. 보통 첫 수를 둘 때는 초반에 우세를 확보하기 위해 신중하게 고민하는데, 퀸스 갬빗은 체스 오프닝 방법 중 하나이며 하얀 폰이 D4 진출하고 검정 폰이 D5 진출하고 다시 하얀 폰이 C4에 진출하는 오프닝 방식으로 나중의 이익을 위해서 자신의 말을 희생하는 전략적인 수법이라고 하네요. 드라마 덕분에 체스 관련 책과 체스판을 구입해서 걸음마 수준이라서 자세한 설명은 어렵지만 다양한 전략들이 굉장한 두뇌 싸움이더라고요. 그래서 체스 세계 챔피언들은 모두 천재라고 불리는 것이고, 주인공 베스도 천재라서 두각을 나타낼 수 있었던 거예요. 만약 베스에게 바둑을 가르쳤다면 세계적인 바둑 챔피언이 되었을 거예요. 암튼 천재들의 대결은 보는 이들마저도 짜릿하게 만드는 매력이 있어요. 요근래 올림픽 경기를 시청하면서 결승전에 오른 선수들을 응원하면서 비슷한 감정을 느꼈네요. 탁월한 실력을 지닌 선수들만이 보여줄 수 있는 최고의 게임이랄까요. 베스는 치열하게 싸우고 마침내 승리를 거머쥐는 용맹한 전사의 모습을 보여주는 동시에 약물 중독과 알콜 중독이라는 치명적인 약점을 지니고 있어요. 아슬아슬하고 불안정한 내면을 오로지 체스에 대한 열정, 아니 승리에 대한 욕망으로 버텨내는 것처럼 보였어요. 끝까지 긴장을 늦출 수 없게 만드는 것이 베스만의 매력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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