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러 오브 머니 월터 테비스 시리즈
월터 테비스 지음, 나현진 옮김 / 어느날갑자기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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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터 테비스라는 작가를 아시나요?

미국의 소설가이자 시나리오 작가인데 그의 소설 여섯 권 중 세 권이 영화로 제작되었는데, 《허슬러(The Hustler)》, 《컬러 오브 머니(The Color of Money)》, 《지구에 떨어진 사나이(The Man Who Fell to Earth)》이고, 네 번째 작품인 《퀸스 갬빗(The Queen's Gambit)》은 미니시리즈로 각색되어 2020년 넷플릭스에서 방영되었어요. 이번에 처음으로 월터 테비스 시리즈를 읽게 되면서 왜 그의 작품들이 사랑받는지 그 이유를 알게 됐어요.

《컬러 오브 머니》를 아직 읽지 않은 분들이라면 먼저 《허슬러》를 읽어보세요. 그래야 주인공 에디가 어떤 사람인지, 그의 인생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거든요. 물론 재미는 당연한 옵션이고 부가적인 감동과 약간의 교훈까지, 휴가 기간에 쭉 이어서 읽었더니 좋더라고요. 체스 룰이나 전략을 잘 몰라도 《퀸스 갬빗》을 재미있게 봤는데 역시나 이 소설도 그렇더라고요. 포켓 당구를 모르는데 추가적인 설명이 잘 나와 있고, 전반적인 흐름이 영상을 보듯 자연스럽게 흘러가서 몰입이 되더라고요. 특히 이 소설은 《허슬러》의 주인공 에디가 쉰 살의 아저씨가 되어서, 중년 남성의 심리 묘사가 기가 막히네요. 당구 내기로 돈을 벌던 사기꾼이 완전히 손을 떼고, 결혼하여 무난하게 살다가 갑자기 일탈하는 과정이 어른의 사춘기를 보여주는 듯했어요. 사실 돈을 걸고 하는 모든 게임은 도박이잖아요. 앞서 《허슬러》을 읽었다면 에디가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이해할 수 있을 거예요. 암튼 도박과 스포츠는 한끗 차이, 동네 술집에서 당구 도박을 하던 에디가 상금을 건 당구 경기에 도전하는 내용인데 무척 흥미진진했어요. 미네소타 뚱보가 어쩐지 여기에선 은둔의 철학자처럼 느껴졌고, 에디의 심적 변화가 굉장히 공감할 만한 요소였어요. 허슬러 에디는 완전 비호감인데 당구 대회에 출전한 에디는 뭔가 달랐어요. 점점 응원하게 되는 마음, 저 역시도 그 마음이 신기했어요. 짠내 나는 주인공이라서 힘을 내라고, 할 수 있다고 격려하게 되나봐요. 무엇보다 에디가 정신을 차려서 기뻤던 것 같아요. 곁에 있는 누군가를 소중히 여기고, 진심으로 사랑할 수 있어서 다행이다 싶었어요. 사람 본성은 쉽게 바뀌지 않는 법이지만 그래도 정신을 차리면 얼마든지 반전의 기회가 있다는 것이 인생 게임에 숨겨진 힌트가 아닐까요.


"늙은이요? 바보 같은 소리 말아요.

당신의 문제는 당신이 나한테 헌신적인 만큼 당구에 헌신적이지 않다는 거예요."

그녀는 화가 났는지 연기를 빠르게 뿜어내고 피우다 만 담배를 비벼 껐다.

"뚱보를 이기는 것에도 전혀 헌신적이지 않았죠. 전혀." (33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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