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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사의 두건 ㅣ 캐드펠 수사 시리즈 3
엘리스 피터스 지음, 현준만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8월
평점 :
《수도사의 두건》은 캐드펠 수사 시리즈 세 번째 책이자 영국 추리작가협회 '실버 대거 상' 수상작이라고 하네요. 중세 미스터리 소설의 매력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시리즈인 데다가 연속으로 이어지는 추리소설의 묘미가 있어요. 맨 처음 캐드펠 수사 시리즈 1권을 읽을 때만 해도 영국 중세 시대의 수도원이라는 시공간이 주는 이질감이 있었는데, 2권을 거쳐 3권에 이르니 뭔가 친근감이 생긴 것 같아요. 수도원에서 허브밭 가꾸는 일에 진심이 캐드펠 수사는 양귀비를 비롯한 진귀한 약초들도 세심하게 관리하고 있는데, 이번 작품에서는 '수도사의 두건'이라고 불리는 투구꽃을 이용한 독극물 살인 사건이 벌어지네요. 피해자는 전 재산을 수도원에 기부하기로 약속한 영주라서 죽음의 진실을 밝히는 일이 중요한데, 그 사건을 맡게 된 캐드펠 수사는 전혀 예상도 못했던 인물을 마주하게 되네요. 그 사람은 바로 40년 전 캐드펠 수사의 연인이었던 리힐디스 본, 지금은 보넬 영주의 아내예요. 수도사 이전의 삶, 젊은 시절의 캐드펠이 사랑했던 여인의 등장이 호기심을 자아냈고, 그녀의 복잡한 가족사로 인해 사건은 기가 막힌 반전을 보여주네요. 소년의 무죄를 입증하려다고 도리어 의심을 받게 되면서 이중의 부담을 안고 사건을 해결해가는 과정이 흥미진진하네요. 누가 진짜 범인인가를 추적해가는 과정 속에 인간의 욕망과 본능을 생각하게 만드네요. 우리 내면에 존재하는 선과 악은 결국 선택과 행동에 의해 발현되는 것 같아요. 얼마든지 옳은 선택과 바른 행동을 할 수 있었다는 것, 개인에겐 자유의지가 있으니까요. 하지만 유혹에 빠져서 그릇된 길로 가게 됐으니 안타깝고 불행한 일이네요. 만약 캐드펠 수사가 아니었다면 선량한 사람이 누명을 쓰고 억울했을 거예요. 살면서 다양한 경험을 통해 한층 지혜롭고 성숙해진 캐드펠 수사, 그의 인품을 느낄 수 있는 장면들이 많았네요. 사람과 사람 사이, 인연의 끈은 소중하다는 생각을 했네요.
"사람은 모두 언젠가 죽기 마련이네.
하지만 남을 죽여서는 안 될 일이야. 자네나 나나 그 선택의 기로에 선 적이 있네.
자네는 일주일 전에 그랬고, 나는 전에 칼을 쓰며 살았을 때 그랬지.
자, 지금 나는 자네의 뜻대로 여기 있으니 하고 싶은 일을 하게나."
(301-302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