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체 한 구가 더 있다 캐드펠 수사 시리즈 2
엘리스 피터스 지음, 김훈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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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캐드펠 수사 시리즈를 모르는 사람이 있을 수 있지만 1권을 읽고나면 멈출 수 없을 거예요.

영국 중세 시대의 수도원에서 허브밭을 가꾸며 살고 있는 늙은 수도사 캐드펠, 그에게 빠져들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네요.

《시체 한 구가 더 있다》는 캐드펠 수사 시리즈 두 번째 책이에요. 2권에서는 수도원에 새로운 인물이 등장하네요. 전쟁으로 부모를 잃은 열일곱 살 소년 고드릭을 캐드펠 수사가 맡게 됐어요. 캐드펠은 같이 밭일을 하면서 고드릭이 겪은 일들을 듣게 되는데, 그 대화가 인상적이에요.


"우선 완두밭부터 일을 시작하자. 마른 줄기들을 베어내서 한 켠에 쌓아라.

나중에 마구간이나 외양간 바닥에 깔릴 거야. 뿌리는 흙으로 되돌아가고."

"인간들이 그러하듯요." 고드릭이 불쑥 말했다.

"그래, 인간들이 그러하듯." 이 골육상잔으로 너무도 많은 이들이 때 이르게 흙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캐드펠 수사는 자기도 모르게 고개를 돌려 소년을 바라보다가, 이내 수도원 건물의 지붕들 너머 솟아오르는 연기 사이 어렴풋이 보이는 무너진 성탑들로 시선을 돌렸다. "저곳에 네 친척들이 있느냐?" 그는 부드럽게 물었다.

"아뇨!" 소년은 황급히 대꾸했다. "하지만 성안 사람들에 대해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어요. 오래 버틸 수 없겠죠. 당장 내일 함락될지 모른다고도 하고요. 하지만 그들은 누구나 옳다고 생각하는 일을 하고 있는 겁니다!" ( 17-18p)


헨리 왕은 죽기 전에 영주들을 불러 모드 황후를 후계자로 인정하게 했고, 영주들은 모두 황후에게 충성을 맹세했는데, 항후의 사촌인 스티븐 백작이 왕권을 탈취하면서 피비린내나는 전쟁이 벌어졌어요. 아흔네 명의 포로가 처형당하는 끔찍한 밤이 지나고, 캐드펠 수사는 시신 수습을 위해 파견을 나가 시신이 한 구가 더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되는데 그 시신에는 어떤 비밀이 숨겨져 있는 것일까요. 캐드펠은 암담한 순간에도 자신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알고 있어요. 신을 섬기는 수도사의 신분이지만 신이 세운 계획이 이루어지길 기다리고만 있는 게 아니라 기대하는 상황을 위해 행동하는 모습을 보여주네요. 수도원 바깥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 무심한 척 굴지만 부당하고 불합리한 것을 못견디는 정의로움을 지녔다는 점에서 남다른 면모를 확인했네요. 서서히 캐드펠 수사에게 스며들고 있어요. 시대적인 배경만 보면 암울하고 끔찍한데 이야기를 너무 무겁지 않게, 흥미롭게 끌고 가는 힘이 정말 놀라운 것 같아요. 역시 그 중심에는 독보적인 캐릭터, 캐드펠이 있네요.


"정의에 대해 하는 말인데, 정의는 전체 이야기의 절반도 채 안 되기 마련이오.

자꾸 어깨 너머를 돌아보거나 후회할 필요는 없소. 당신은 당신에게 닥친 일을 한 거요. 그것도 무척이나 훌륭하게.  하느님께서 그 모든 것을 주재하신다오. 인간의 영역 가장 높은 곳에서부터 가장 낮은 곳에 이르기까지.  정의와 응보가 미칠 수 있는 그 어디에나 은총의 빛 역시 깃들 수 있는 법이오." (367-36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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