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퀸의 대각선 2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24년 6월
평점 :
《퀸의 대각선》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장편소설 신작이에요.
1권과 2권으로 나뉘어져 있어요. 전체 분량을 보자면 합본이 가능할 것 같은데 굳이 나눈 이유는 새로운 판형 때문인 것 같아요.
단지 가로폭을 줄였을 뿐인데 한손으로 들기에 편리하고 가독성도 좋아진 느낌이라 새롭게 바뀐 판형이 마음에 들어요. 특히 이번 작품은 두 권이라서 더 의미가 있는 것 같아요. 체스판 위에 흑과 백처럼 두 명의 천재가 등장하니까, 책 표지도 1권은 백퀸을 바탕으로 흑말(Knight)과 흑퀸이 있고, 2권은 흑퀸 바탕에 백퀸과 백폰(Pawn)이 있는 것도 상징적인 의미를 잘 표현한 것 같아서 멋지네요. 무엇보다도 이야기 자체가 핑퐁핑퐁 대결 구도로 전개되니까 은근히 긴장감을 주면서 흥미를 더해줬던 것 같아요.
우선 니콜과 모니카는 본인의 타고난 성향과 성격 그대로를 체스판에서, 그리고 현실 세계에서도 보여주고 있어요. 니콜의 전략은 숫자가 가장 많은 기물인 폰을 이용해 쭉 밀고나가며 일종의 방벽 상태, 즉 난공불락의 요새를 만드는 것이라면, 모니카는 무적의 요새에서 약한 빈틈을 찾아내어 가장 강력하면서 동시에 유일한 기물인 퀸을 활용하고 있어요. 사실 체스에 대해 잘 몰라서 그와 관련된 설명을 자세히 할 수는 없지만 어떤 상징적 의미인지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네요. 이 소설은 체스 대결에 빗대어 세기의 대결을 보여주고 있어요. 군중의 힘, 대중의 지혜를 믿는 니콜과 한 명의 천재, 혁명가, 영웅, 리더의 힘을 믿는 모니카를 보면서 다양한 경우의 수를 생각하게 됐어요. 왜냐하면 이 게임은 그들만의 것이 아니라 바로 우리가 살고 있는 여기 이 세계를 설명하고 있기 때문이에요. 어쩌면 우리는 그 게임 안에 있다는 걸 전혀 눈치채지 못했던 것이고, 이제서야 자각하기 시작한 것인지도 모르겠네요. 심각한 건, 「우린 지금 게임 상대가 누구인지조차 몰라······.」 (28p) 가 아닐까요. 적이 누군지도 모르는 상태에서는 제대로 싸울 수가 없으니까요. 현실에서는 보이지 않는 전쟁이 벌어지고 있고, 우리는 이미 참전한 상태라면 무엇이 승리를 위한 전략인 걸까요.
2권에서는 피튀기는 대결이 펼쳐져서 가슴이 조마조마했어요. 어떤 특정한 결말을 바랐던 건 아니지만 마지막 장면을 보면서 "아하!", 이건 감탄일까요, 탄식일까요, 그 답은 책 속에 들어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