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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끝 작은 독서 모임
프리다 쉬베크 지음, 심연희 옮김 / 열림원 / 2024년 6월
평점 :
《세상 끝 작은 독서 모임》은 스웨덴 작가인 프리다 쉬베크의 장편소설이에요.
우와, 일단 작가의 이름을 보고 반가웠어요. 책을 사랑하는 독서 애호가들에겐 최적의 장소인 서점을 배경으로 한 소설 『템스강의 작은 서점』 을 통해 처음 알게 된 작가인데 이번에도 책과 관련된 소재로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들려주네요. 책의 첫 장을 펼치면 "틸다와 클라라에게", 그리고 "이 세상 최고의 독서 모임을 위하여"라고 적혀 있어요. 사랑하는 두 딸과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보내는 편지 같아서 좋았어요.
이 소설은 '세상의 끝'이라고 불리는 스웨덴의 마을 유셰르에서 작은 독서 모임을 하는 여성들의 이야기예요. 단순히 독서 모임을 다룬 에피소드였다면 유익한 내용일 수는 있지만 흥미를 끌지는 못했을 거예요. 미국에 살고 있는 주인공 퍼트리샤는 스웨덴에서 온 편지를 받았고, 그 안에는 여동생 매들린의 은색 음표 펜던트 목걸이만 들어 있었어요. 누가 보냈는지 알 수는 없지만, 그 목걸이는 퍼트리샤가 매들린의 열여덟 살 생일에 선물한 것이고, 매들린이 스웨덴으로 떠나던 날에 분명히 목에 걸려 있었어요. 30년 전, 1987년 늦여름 저녁에 매들린은 사라졌고, 누군가 매들린이 버스에 타는 걸 봤다는 증언을 하면서 실종 사건은 종결됐어요. 퍼트리샤는 동생이 가족에게 아무 말 없이 살던 곳을 떠날 리가 없다고 주장했지만 아무도 귀기울이지 않았고, 이후 매들린의 소식은 전혀 들을 수 없었어요. 성인의 실종 사건은 자발적인 가출로 처리되는 경우가 많아서 소극적으로 대처하거나 아예 관심을 두지 않는 것 같아요. 사라져버린 사람들이 어디선가 무사히 잘 살고 있다면 다행이지만 그게 아닐 수도 있잖아요. 혹시나 정말 싫어서 떠난 거라면, 아니면 연락을 하지 못할 사정이 생긴 거라면... 온갖 추측만 할 뿐, 그래서 퍼트리샤는 괴로움을 간직한 채 살아왔던 거예요. 퍼트리샤는 실종된 여동생의 목걸이를 단서로 삼아 스웨덴으로 떠났고, 그곳에서 자그마한 독서 모임의 여자들을 만나게 된 거예요. 퍼트리샤가 머문 호텔의 주인이 독서 모임을 주관한 모리였다는 건 그저 우연일 뿐이지만 도리스가 건넨 『오만과 편견』 책을 거절하지 않고 받은 것은 선택이었어요. 사실 그 책은 독서 모임에서 첫 번째로 읽을 책, 그러니까 이제 시작하는 독서 모임에 퍼트리샤가 초대된 거예요. 동생의 실종 사건 이후 마음을 닫은 채 폐쇄적으로 살아온 퍼트리샤가 다시 매들린을 찾기 위해 마음을 열게 되는 과정이 잔잔한 감동을 주네요. 독서 모임 친구들 덕분에 30년간 묻어두었던 아픔을 꺼내게 된 퍼트리샤, 아름다운 바닷가 마을에서 따뜻한 마음을 지닌 사람들과 함께 하는 시간들이, 퍼트리샤의 말을 빌리자면 환상적으로 좋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