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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이 일상에서 이렇게 쓸모 있을 줄이야 - 신발 끈을 매다 수학이 생각났다
클라라 그리마 지음, 배유선 옮김 / 하이픈 / 2024년 7월
평점 :
자고로 수학자는 신발 끈을 조이는 순간에도 고민에 빠지는
그런 부류의 사람들이다. 그 고민이란 바로 끈을 매는 '방법'에 관한 것이다!
신발 끈 매는 법은 과연 몇 가지나 존재할까? 그리고 그중 최선은 무엇일까?
(37p)
《수학이 일상에서 이렇게 쓸모있을 줄이야》 는 수학자 클라라 그리마의 책이에요.
저자는 수학연구원이자 스페인 세비야대학교 수학교 교수인데 수학의 재미를 알리고자 블로그를 만든 것이 스페인에서 대성공을 거뒀다고 하네요. "수학이 재밌는 건 수학이 원래 재미있기 때문이다." (10p)라며 수학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수학의 즐거움을 증명할 기회를 달라는 저자의 자신만만함이 멋지게 느껴져요. 어쩐지 <톰 소여의 모험>에 나오는 한 장면이 떠오르네요. 톰은 담벼락 페인트 칠을 억지로 해야 하는 노동이 아닌 즐거운 놀이로 바꿔버렸고 동네 아이들은 페인트 칠할 권리를 얻으려고 자신이 갖고 있던 것들을 내놓기까지 했어요. 톰의 말대로 페인트 칠은 어른들의 일이라서 아이들에겐 해본 적 없는 경험이니 틀린 말은 아니었어요. 중요한 건 어떤 일이든 즐길 수 있다면 놀이처럼 재미있어진다는 거예요. 수학은 일종의 게임이고, 탄탄하고 경이로운 놀이이자 세상을 설명하는 언어, 세련되게 논리를 판단하는 도구, 우리가 사는 우주를 이해하는 방법이라고 정의한 저자의 말이 틀리지 않다는 걸 이 책을 통해 확인할 수 있어요.
이 책은 수학이 지긋지긋하고 아무짝에도 쓸모없다고 믿는 사람들에게 들려주는 재미난 수학 이야기예요. 부제가 "신발 끈을 매다 수학이 생각났다"여서 저자의 경험담인 줄 알았더니 세계적인 학술지 <네이처>를 통해 발표된 논문 이야기였어요. 2002년 호주 모나시대학교의 버카드 폴스터 교수는 '수학적으로 신발 끈 매는 법'이라는 논문에서 세 가지 질문을 다루고 있어요. "첫째, 신발 끈 매는 법은 모두 몇 가지나 존재하는가? 둘째, 끈이 가장 적게 드는 방식은 무엇인가? 셋째, 가장 견고한 방식은 무엇인가?" (39p) 신발 끈을 매는 일상적인 일도 방정식을 통해 모형화할 수 있고, 최적의 방법을 찾아낼 수 있다는 것은 수학이 가진 힘이라고 볼 수 있어요.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수학으로 가득 차 있는데 우리가 의식하지 못할 뿐이에요. 그러니 수학을 포기하면 언젠가는 위험해진다는 저자의 경고를 가벼이 넘겨선 안 된다고요. 괜히 겁먹을 필요는 없고 재미 삼아 이 책을 읽으면 돼요. 수학 하나만 잘 배워도 인생이 술술 풀린다는 걸 보여준 장본인, 클라라 그리마의 재미있는 수학책이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