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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인류학 강의 - 사피엔스의 숲을 거닐다
박한선 지음 / 해냄 / 2024년 7월
평점 :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 다들 한번쯤 해봤을 거예요.
사춘기의 고민에서 한 걸음 더 깊숙히 들어가보면, 단순히 나라는 존재를 넘어 인간 본질에 관한 탐구로 이어져요. '나와 너, 우리는 어디에서 왔는가'라는 인류의 기원과 진화에 대한 궁금증을 밝혀내는 학문이 있어요. 바로 진화인류학이에요.
《진화인류학 강의》는 서울대학교 인류학과 교수이자 진화인류학자, 신경정신과 전문의인 박한선 교수님의 책이에요. 저자는 2018년부터 서울대학교에서 '진화와 인간 사회' 수업, 일명 '진인사'라는 교양 과목을 매 학기 가르치고 있는데 교재가 처음엔 영문 교과서였다가 2019년에는 존 카트라이트가 쓴 『진화와 인간 행동』 번역본을 썼는데 900페이지가 넘는 분량이 교양 수업을 수강하는 학생들에겐 부담이 되어 새로운 교과서의 필요성을 느꼈다고 해요. 이 책은 대학교 신입생의 수준에 맞춰서 최대한 간결하게 핵심만 전달할 수 있는 교과서로 사용하기 위한 목적으로 쓰여졌지만 고등학생도 무리 없이 읽을 수 있도록 어려운 표현은 모두 쉽게 고쳤기 때문에 진화인류학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을 위한 강의라고 볼 수 있어요. 현재 진화학 수업이 개설된 학교는 손에 꼽고, 진화인류학 수업과 진화인류학 대학원 과정은 오로지 서울대학교에만 있다고 하니, 이 책은 진화인류학의 세계로 첫발을 내딛는 진화인류학 입문서로서 의미가 있을 것 같아요.
우선 인류학, 진화인류학이 무엇인지부터 차근차근 설명해주네요.
"진화인류학은 마치 시간 여행을 떠나듯이 우리 인간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는 매혹적인 학문입니다.
몇 백만 년에서 몇십억 년에 이르는 광대한 시간 속에서, 우리 인간의 몸과 마음이 어떻게 지금의 모습으로 발전해 왔는지를 탐구하죠.
이를 통해 우리는 인간성에 관한 몇 가지 중요한 질문의 답을 찾을 수 있습니다." (13p)
인류학은 18세기 이후 확고한 학문 분야로 자리잡으면서 문화인류학, 고고인류학, 언어인류학, 진화인류학의 네 가지 분야로 나뉘어 발전해왔고, 각각의 분야마다 다른 대상을 연구하지만 긴밀히 연결되어 교류하며 영향을 주고받는다고 해요. 진화인류학이란 어떤 학문인지, 이 책에서는 인류 진화의 역사를 따라 지구 환경 변화, 자연선택과 성선택, 오스트랄로피테쿠스에서 호모사피엔스까지, 두발걷기와 짝 동맹, 도구를 쓰는 인간, 말하는 인간의 탄생, 큰 뇌가 불러온 인간의 변화, 동물과는 확연히 구분되는 인간 본성의 측면들을 다루고 있어요. 진화적 관점에서 여러 가지 가설과 다양한 이론을 살펴보면 우리를 둘러싼 사회와 문화가 어떻게 전달되고 변화하며 기능하는지, 그리고 인간의 마음과 그 본질에 대해 이해할 수 있어요. 각 장마다 '토론해 봅시다'라는 코너에 관련 내용의 토론 질문들이 나와 있어서 학생들에게는 심화 탐구를 위한 활동을 제안하고 있어요. 또한 진화인류학이 과학사의 가장 어두운 흑역사를 썼던 내용을 언급하면서 과학이 갖는 권위가 때로는 편견, 혐오, 폭력적인 범죄나 학살을 정당화하는 데 사용될 수 있다는 위험성을 인지하고, 검증과 반성의 과정을 통해 비판적인 사고로 연구해야 한다는 점을 이야기하고 있어요. 진화인류학을 공부한다는 건 과학적 관점에서 우리의 눈을 열고 인간과 세계에 관한 침신한 시각을 가질 수 있다는 의미이며, 우리가 어디서 왔고 어떻게 현재의 모습으로 느끼고 생각하고 행동하는지에 대한 통찰을 얻는 길이라는 걸 알려주네요. 사피엔스의 숲을 거닐며 폭넓게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수업이었네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