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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공학 - 불확실한 세상에서 최선의 답을 찾는 생각법
빌 해맥 지음, 권루시안 옮김 / 윌북 / 2024년 7월
평점 :
우리가 사는 세상은 하나인 동시에 여러 가지 형태일 수 있는 것 같아요.
그건 어떻게 바라보느냐, 관점에 달려 있어요. 우스갯소리로 사랑에 빠진 사람의 눈에는 세상이 온통 하트로 보인다는데, 이 책의 저자는 공학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공학자였네요. 그래서 책 제목도 《삶은 공학》인가봐요. 사실 과학자의 눈으로 바라본 세상 이야기는 많이 접해봤는데 공학자의 시선은 새로운 것 같아요. 과학과 공학이 크게 다르다는 인식이 없을 정도로 공학의 세계를 너무 몰랐던 것 같아요. 저자 역시 그 점에 대해 공학자 사이에서 약간은 씁쓸하게 오가는 오래된 농담인, "성공하면 과학의 기적이고, 재앙이면 공학의 실패다." (15p)라면서 성공적인 기술이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어요. 현대의 공학자는 철근콘크리트 바닥판의 강도에 대한 철저한 지식과 정교한 수학 공식을 사용하여 구조물을 설계하는데, 수학이나 컴퓨터가 등장하기 이전에는 어떻게 만들었을까요. 그것은 바로 공학적 방법이며, 이 책에서 설명하고자 하는 핵심 주제예요.
저자는 공학적 방법을 설명하기 위한 가장 좋은 예가 대성당 설계라면서 아치, 원통형 둥근 천장, 교차형 둥근 천장이 얼마나 정교한지를 이야기하네요. 유클리드 기하학을 모르는 유럽의 석수들은 오직 끈을 활용해 비례법칙을 적용하여 완벽한 아치 구조물을 만들었는데 이렇듯 불완전한 정보를 가지고 경험칙을 활용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공학적 방법이며, 체계적이고 실행 가능한 문제 해결 과정이자 인류 세계를 창조한 힘이라는 거예요. 경험칙의 공식적인 용어는 '발견법'으로 문제의 해결책을 찾아내기 위한 지름길로서 사용되는 부정확한 방법을 뜻한대요. 그래서 과학적 방법과 공학적 방법의 목표가 다른 거예요. "과학적 방법은 우주에 관한 진리를 드러내고자 한다. 반면 공학적 방법은 실제 세계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 (37p) 과학적 방법에는 정해진 과정이 있지만 공학적 방법에는 '대성당을 세운다'는 구체적 목표는 있지만 반드시 따라야 하는 정해진 과정이 없는데 공학적 방법의 힘은 바로 이 '반드시'라는 것이 없다는 데서 시작된다고 해요. 인류 역사 수천 년 동안 만들어져 전해 내려온 검증된 경험칙이라는 공통의 유산이 곧 공학적 방법이었다니 무척 신기하고 놀라워요. 우리 삶 속에서 이용되는 공학의 산물과 시스템은 대부분 제대로 원리가 이해되지 않지만 강력하게 동작하는 놀라운 능력을 가지고 있는데, 그 원동력이 공학자의 절박함이고 공학이 과학과 차별화되는 또 하나의 특징인 거예요. 공학자는 현실 세계의 필요에 반응하기 때문에 '이것을 지금 알아낼 필요가 있다'는 절박한 태도로 일하는데, 이는 과학이 세계를 탐구하는 느긋한 태도와 극명하게 대비되는 지점이에요. 대표적인 공학자들의 연구를 통해 공학을 응용과학 혹은 응용수학이라 부르면 공학의 창의성이 가려진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어요. 책 전반에 걸쳐 공학적 방법을 설명하는 궁극적 목표는 잘못된 오해와 편견을 바로잡기 위해서라고 볼 수 있어요. 공학자라는 존재는 인간적인 면모, 즉 최악의 조건에서 인간의 창의력을 활용하는 모습 그 자체이며 인간 정신의 유연함을 보여주는 증거라는 것, 결국 어느 공학 해설자의 말을 인용해야 할 것 같아요. "공학을 한다는 것은 인간적이다." (295p) 공학의 본질을 알려주는 책이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