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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살인 계획
김서진 지음 / 나무옆의자 / 2024년 6월
평점 :
《달콤한 살인 계획》은 김서진 작가님의 장편소설이에요.
이 소설은 너무도 투명하게, 제목 그대로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어요. 물론 '살인'이라는 끔찍한 단어 앞에 '달콤한'이라는 수식어를 붙였다는 건 심상치 않은 이야기일 거라는 단서를 줬다고 보면 될 것 같아요. 사연 많은 여인 남홍진은 지금, 어떤 남자를 간절히 원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그 남자를 죽이고 싶기 때문이에요. 그러니까 이 소설은 그녀가 어떻게 그 놈을 죽일 것인가를 고민하고 이러저러한 방법을 찾아가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어요. 홍진은 왜 그 남자를 죽이려는 걸까요. 왜... 그녀를 향한 모든 궁금증들이 머릿속을 맴돌기 시작한 순간, 그녀의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었네요. 남들이 보기엔 이상한 여자,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냥 지나치고 말았을 거예요. 혹시나 미친 여자일 수도 있으니까. 하지만 서화인은 달랐어요. 그는 경찰이고, 홍진은 처음 본 그에게 "사람을 죽이려면 어떻게 해야 되죠?" (63p)라고 물었기 때문이에요. 동창회 자리에서 친구들이 놀리느라고 사람 죽이는 얘길 꺼냈고, 화인은 그저 농담 삼아 빈 주사기로 하나로도 사람을 죽일 수 있다고 말한 걸 홍진이 들었던 거예요. 작고 왜소한 데다가 아슬아슬 위태로워 보이는 홍진, 그래서 화인은 그녀를 지켜보게 된 거예요. 설마 아니겠지, 자신이 했던 말을 듣고 사람을 죽일 리는 없다고 생각하면서 그녀의 사연을 들었던 거예요.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지 누가 알겠어요. 서화인 역시 나름의 사연이 있어서 혼자 과거에 종결된 여중생 살인사건을 수사하고 있어요. 만약 그때 잡힌 사람이 진범이 아니라면...
"··· 자신이 인간이 합리적이라는 전제를 믿지 않는다는 걸 느꼈다. 우리 안에는 짐승이 살고 있다.
인간에게 어떤 합리성이 있다면 자기 안에 살고 있는 짐승을 어떻게든 들키지 않으려고 애쓴다는 것, 그뿐이었다."
(75p)
미치지 않고 살아간다는 건 축복이지, 당연한 일이 아니에요. 살인을 계획하는 홍진을 바라보면서 그녀를 악인이라고 느끼기 보다는 안타까운 마음이 컸어요. 삶의 목표가 살인이라는 건 너무 슬프잖아요.
"말하지 않는 의심이 더 오래가는 법이다. 손톱 조각만 한 의심은 스스로 점점 몸집을 부풀려
나중에는 의심만이 시야를 지배한다. 무시당했기 때문에, 부정되었기 때문에 더 강한 확신으로 변해버린다."
(92p)
정말 알 수 없는 일이에요. 여중생 살인사건의 진실은 무엇일까요. 얽히고 설킨 인연의 타래는 아주 서서히, 아주 조금씩 풀려가고 있어요. 하지만 소설 속 인물들은 자신만의 지옥에 갇혀 있는 것 같아요. 홍인이 가게 벽에 붙여 놓은 붉은 종이 위 한자가 '불공견삭관음'에서 '견삭'은 올가미를 뜻한대요. 살아 있는 모든 것은 그 올가미에서 빠져나갈 수 없어서 모든 중생을 구제한다는 신이 '견삭관음신'인데 그 신에게 공을 잘못 올리면 피안으로 가지 못하고 영원히 축생도에서 살게 된대요. 축생도에 떨어지면 영원히 짐승으로 윤회하며 수없이 반복해서 죽는 고통을 겪는대요. 무슨 소리냐고 믿지 않는 사람도 있겠지만 인간이길 포기한 것들을 떠올리면 짐승으로 윤회하는 것도 지나친 자비라고 생각해요. 인간 세상에 피할 수 없는 어둠, 그 깊은 어둠을 들춰내는 이야기였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