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낭여행에 대해 막연한 동경이 있었다. 익숙한 우리 나라를 떠나 낯선 세계의 여러 나라를 둘러 본다는 것이 무척이나 낭만적이고 멋지게 보였다. 하지만 내가 꿈꾸던 것은 편안하게 즐기는 관광이었지, 진정한 여행은 아니었다는 걸 알게 됐다. 단순히 휴가를 떠날 때조차 불편함을 참지 못하고 익숙한 내 방식을 고집하는 나는, 여행자로서의 자격이 없었다.
<욕망이 멈추는 곳, 라오스>는 여섯 살 아들과 엄마 둘이서 떠난 라오스 배낭여행기다. 아직 어린 아이와 먼 이국땅을 여행했다는 사실만으로도 놀라운데, 그 곳을 마음으로 담아낸 글을 보니 감동스럽기까지 하다.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은 알 것이다. 아이들과의 여행이 쉽지 않다는 걸 말이다. 불편하고 지루해지면 금새 불평이 쏟아질 것이고 그 때부터 서로 짜증나고 힘겨운 상황이 될 것이다. 우리는 화내고 불평하는 것에 익숙하다. 남에게 양보하기 보다는 나 먼저 생각하는 것이 당연한 줄 알고 있다. 물질적인 풍요 속에도 빈곤함에 시달린다. 그러나 라오스인들은 달랐다. 그들은 삶을 현명하게 사는 방법을 아는 것 같다. 바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우리네와는 다르다. 마음의 평화, 여유가 있다.
우리가 늘 바쁘다며 시간에 쫓기듯 사는 삶은 욕망에서 비롯된다. 하나라도 더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 일하고 부자가 되려고 노력한다. 물질적인 부자는 늘 부족하다. 항상 자신보다 더 많이 가진 누군가가 있으니까. 그러나 마음이 풍요로운 사람은 만족을 알고 행복한 줄 안다.
우리의 아이들도, 우리의 삶도 뭔가 더 채우려고 발버둥칠 때 괴롭다. 그냥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 그것은 하나의 깨달음이다. 깨달음은 스스로 얻는 것이다. 라오스를 여행한 두 사람이 얻은 보물일 것이다. 나는 잠시 엿봤을 뿐이다. 이 책을 덮고 나서 라오스의 감동이 나를 얼만큼 변화시킬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이것 한 가지는 확실하다. 욕망으로 지치고 힘들었던 나에게 시원한 바람 한 줄기였다. 정신이 맑아진 느낌이다.
저자는 말한다. 참된 ‘일’이란, 그 ‘일’을 하는 사람의 마음을 건드리는 것이어야 한다고. 그가 그 ‘일’을 함으로써 세상이 그 만큼 더 좋아지는 것이어야 한다고 말이다.
저자가 라오스를 여행하며 얻은 깨달음들을 잠시 엿볼 기회를 준 것에 감사한다. 라오스의 진정한 매력을 느낄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그곳엔 아무것도 없다고 말하는 사람들 – 아마도 이 책을 보지 않았더라면 나 역시 그렇게 말했을 지도 모른다. 저자가 자신의 아이를 그냥 바라보고 기다려주는 것처럼 이 책은 아무런 강요도 꾸밈도 없다.
곱짜이! (Thank you!)
아이에 대한 욕심도, 물질에 대한 욕망도 잠시 내려 놓아 본다. 내 마음 속에 라오스를 그리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