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소년 로컬은 재미있다
홍정기 지음 / 빚은책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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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유년 시절, 그때의 기억들은 어떠했나요.

이 소설을 읽다가 문득 잊고 있던 친구들의 얼굴과 썩 즐겁지 않은 그때의 일들이 생각났어요.

《초소년》은 홍정기 작가님의 소설이에요.

이 소설은 초등학교 시절의 '나' 충호와 절친 은기의 이야기예요. 평소 명탐정 코난에 심취해 있던 둘은 열 살이 되던 초등학교 3학년, 코난에 나오는 소년 탐정단을 창설했어요. 창설자인 은기는 셜록 홈즈의 셜록과 자신의 이름을 합쳐서 '셜기', 충호는 왓슨을 합쳐서 '충슨'이라는 닉네임을 지었어요. 우선 제목을 보고 어떤 의미일까 궁금했는데, 저자는 "천안 초등학교 소년 탐정단, 줄여서 초소년 그리고 세상의 규칙과 관념을 초월한 초소년" (269p)이라고 설명해주네요. 소설은 여섯 개의 에피소드, 여섯 편의 작품으로 이어져 있어요. 추적, 소음, 상흔, 토끼, 코난, 꼬마까지 명탐정 은기의 예리한 추리가 돋보이는데, 그게 끝이 아니라는 점이 살짝 소름돋는 지점이에요. 똑같은 이야기를 읽었다고 해도 이야기 속에서 꽂히는 부분은 저마다 다를 거예요. 은기를 오빠라고 부르는 진숙의 정체, 연달아 벌어진 사건의 목격자이자 피해자인 우식의 증언, 여전히 숨죽이며 살고 있을 수많은 이레들, 심야괴담회에 나올 법한 사연의 주인공이 된 충호 동생 명호, 은기에게 명탐정 코난이 인생 만화가 된 이유, 충호도 몰랐던 은기와의 사건, 저주 받은 꼬마의 이야기를 만날 수 있어요. 순수한 소년 시절의 풋풋한 이야기와는 거리가 먼 추억들을 꺼낸 충호는 어느덧 어른이 되었고, 소설 속에 소설가로 등장하고 있어요. 겨우 열 살 아이를 보면 어른의 입장에서는 너무 어려서 뭘 모를 거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는 다른 것 같아요. 저 역시 열 살 무렵에 동화 속 아름다운 이야기가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걸 어렴풋이 알게 됐고, 어른들이라고 해서 다 훌륭한 건 아니라는 걸 직접 목격했으니까요. 세상은 위험하고 어른들은 무섭고, 아이들은 영악하고... 그럼에도 친구들과 신나게 뛰어노는 건 좋았던 아이였으니 초등학생 시절의 추억이 남들과 크게 다르진 않을 거예요. 초등학생의 눈으로 본 세상을, 다시 어른이 되어 바라보니 마음이 무거웠어요. 세월은 흘렀고, 이전보다 지금이 더 나아졌느냐고 묻는다면 아무 말도 못하겠어요. 왜 바꾸지 못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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