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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여름 ㅣ 알베르 카뮈 전집 개정판 7
알베르 카뮈 지음, 김화영 옮김 / 책세상 / 2024년 6월
평점 :
알베르 카뮈의 소설은 읽어 봤지만 에세이는 처음이라 궁금했어요.
《결혼·여름》은 책세상 출판사에서 나온 알베르 카뮈 전집 개정판 일곱 번째 책이라고 하네요.
이 책은 1939년 출간된 《결혼》과 1954년 출간된 《여름》을 담은 알베르 카뮈의 여행 에세이라고 해요. 카뮈는 알제리 북부 연안에 있는 도시 티파자에서 드넓은 바다와 여름의 대지를 만끽하며, "나를 온통 사로잡는 것은 자연과 바다의 저 엄청난 방종이다. 폐허와 봄의 이 결혼 속에서 폐허는 다시금 돌이 되어, 인간의 손길이 가했던 저 반드러움을 잃어버리고 자연의 품으로 되돌아왔다." (13p), "얼굴은 땀에 젖었어도 얇은 천의 옷을 입고 있어서 몸은 서늘한 우리는 이 세계와 결혼하는 어느 하루의 나른한 행복을 한껏 펼쳐놓는다." (17p)라는 표현에서 알 수 있듯이 티파자를 비롯한 알제리라는 지리적 공간에 대한 애정이 느껴져요. 북동부 산악 지대에 위치한 마을 제밀라는, "우리를 세계의 고동치는 심장부로 인도해줄 수 있는 저 사랑과 인내라는 유일한 교훈의 상징" (23-24p)이라고 소개하고 있어요. 알제리의 수도인 알제에 대해서는, "우리가 한 도시와 주고받는 사랑은 흔히 은밀한 사랑들이다. 파리, 프라하, 심지어 프렌체 같은 도시들은 속을 감춘 채 웅크리고 돌아앉아서 그들만의 세계를 금그어 표시한다. 그러나 알제는, 그리고 그 도시와 더불어 바닷가에 자리 잡은 도시들처럼 몇몇 특혜 받은 지역들은, 입처럼 혹은 상처처럼 하늘을 향해 벌어져 있다. 우리가 알제에서 좋아할 수 있는 대상은 길모퉁이를 돌 때마다 눈에 들어오는 바다, 어떤 햇빛의 무게, 인종의 아름다움 같은, 거기서 누구나 다 살면서 일용하는 것들이다. 그리고 늘 그렇듯이, 그 숨김없이 내보이는 풍성한 선물 속에는 더욱 은밀한 향기가 담겨 있다." (33-34p)라고 예찬했는데 신기하게도 그 마음에 동화되는 느낌이 들었어요. 카뮈는 <여름>에 붙인 서평의뢰서에, "이 글들의 공통된 뿌리는 명확하다. 이 글들은, 비록 서로 다른 시각에서 바라보고 있지만, 모두 다 '홀로'라는 개별성의 주제를 다루고 있다. 이 주제는 초기작들 가운데 하나인, 1938년 <결혼>의 주제이기도 하다." (76p)라면서, <여름>을 썼던 시기가 자신의 창작작업과 삶에 있어서 일종의 전환점이라고 이야기하고 있어요. 알제리 서북부의 도시이자 『페스트』의 배경이 된 도시 오랑에서는 진정한 기념물이 해안을 따라 쌓인 자갈 더미, 그 돌들이라고 이야기하면서 영속성은 인간에게 절망과 동시에 열광을 안겨준다고 했어요. 순수한 모래와 돌들의 땅에서 인간은 왜 사는 법을 잊어버렸을까요. 처음 <티파자에서의 결혼>을 시작하여 <티파자에 돌아오다>, <가장 가까운 바다>로 마무리되는 여정을 통해 은밀한 속내를 드러내놓고는, 사람들이 당신은 어떤 인물이냐고 묻자 "아직은 아무것도 아니오, 아직은 아무것도 아니오···." (171p)라고 하네요. 삶과 죽음 사이, 그 어디쯤을 걷고 있는 우리들이 확신할 수 있는 건 카뮈의 말처럼, "나는 언제나 난바다에서, 위협받으며, 당당한 행복의 한복판에 살고 있는 느낌" (184-185p)가 아닐까 싶어요. 알제리의 풍경 사진 하나 없는 이 책을 읽으면서 지중해의 뜨거운 태양과 드넓은 바다, 순수한 돌과 바람을 만날 수 있었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