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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의 기쁨 - 책 읽고 싶어지는 책
김겨울 지음 / 초록비책공방 / 2024년 5월
평점 :
전자책을 처음 접했을 때는 환호했어요. 아무리 두껍고 무거운 책일지라도 가벼운 이북리더기 안에 전부 넣어서 볼 수 있으니까요.
근데 이상하게 읽는 맛이 안나더라고요. 어차피 책을 읽는다는 건 똑같은 일인데 뭐가 다른 건지, 그 이유를 찾다보니 알게 됐어요. 종이책이라는 실물이 주는 즐거움이 있었구나, 표지를 보고 만지고 책장을 넘길 때 엄지와 검지로 느껴지는 종이 재질과 쓰윽 넘어가는 소리를 좋아했던 거예요. 물론 편리한 전자책을 자주 읽는 편이지만 종이책만이 줄 수 있는 즐거움은 계속 누릴 예정이에요. 누구한테도 이런 얘길 한 적이 없는데, 《독서의 기쁨》을 읽으면서 피식 웃음이 났어요. "가름끈, 띠지, 책갈피, 독서대 모두 책의 물성에 따라오는 물건들이다. 전자책을 읽을 때는 가름끈도, 띠지도, 책갈피도, 독서대도 필요하지 않다. 이 모든 불편함과, 추가로 드는 비용과, 무게와, 귀찮음을 감수하고 굳이 종이로 된 책을 읽는 이유는 책의 질감이, 무게가, 모양이, 형태가, 결국 책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물성 없는 책은 책인가? 적어도 나에게는 반쪽짜리 책이다. * 지금은 생각이 조금 바뀌었다. 반쪽보다는 조금 더 책인 것 같다. [2018년 초판에는 없는, 2024년 리커버판에 수록된 내용임.] " (47p)
책의 물성과 정신성, 책과의 만남과 동거, 책과의 세계까지 그야말로 책에 관한 모든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어서 재미있고 신기했어요. 원래 책을 읽는 행위 자체가 지극히 개인적인 일이고, 요근래에는 책을 주제로 수다를 떠는 일이 거의 없다보니 책 이야기가 반가웠던 것 같아요. 나도 모르게 목말랐던 부분을 시원하게 적셔준 느낌이에요. 이건 책이 주는 즐거움 중 하나인데 마음에 와 닿는 글을 읽으면 그 책을 쓴 작가와 깊은 대화를 나눈 듯, 혼자 내적 친밀감을 느끼는데 《독서의 기쁨》이 저한테는 김겨울 작가님을 새롭게 알게 되는 기쁨을 줬네요. 언제인지 정확하게 기억할 순 없어도 어릴 때 처음으로 어른들이 읽는 책을 펼쳤을 때의 두근거림이 아직도 기억나요. 이상한 책은 아니고 그냥 소설이었는데 그림은 하나도 없고 글씨만 빽빽하게 채워져 있는 책을 읽고 있다는 것이 신기했던 것 같아요. 암튼 그때 이후로 책이 많은 도서관이나 서점을 가면 짝사랑 상대를 만난 듯이 그렇게 설레더라고요. 시간이 지나면서 설렘은 줄었지만 좋다는 감정은 여전하네요. 오랜만에 그 감정을 깨우는 책을 만났네요. 《독서의 기쁨》은 책을 좋아하는 사람은 물론이고 아직 책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더욱 읽어야 할 책이네요. 부제, '책 읽고 싶어지는 책'이 딱 맞네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