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모든 이야기는 신화에서 시작되었다 - 전 세계가 열광하는 콘텐츠의 공식
오키타 미즈호 지음, 이정미 옮김 / 포레스트북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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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집에는 늘 특별한 레시피가 존재하듯, 흥미로운 이야기에도 숨겨진 비법이 있었네요.

《세상의 모든 이야기는 신화에서 시작되었다》는 일본을 대표하는 신화학자 오키타 미즈호의 책이에요.

저자는 신화학자로서 평소 사람들에게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은 현대 작품 속에 숨어 있는 신화적 요소에 관한 이야기라고 해요. 바로 그 내용들이 이 책 속에 담겨 있어요.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는 만화이자 애니메이션 영화 「귀멸의 칼날」 이 인기를 끄는 이유는 당연히 재미있기 때문일 거예요. 목을 베야만 죽는 혈귀와 이에 맞서는 주인공 탄지로의 싸움에서 저자가 주목한 것은 가치관의 대립이며, 이는 신화의 주요 테마라고 할 수 있어요. 인도네시아에서 전해져 내려오는 바나나와 돌의 이야기를 보면, "먼 옛날, 바나나 나무와 돌이 인간은 어떤 존재여야 할지 말다툼을 벌였는데 돌은 인간이 자신처럼 영원히 죽지 않아야 한다고 주장했고, 바나나는 인간이 자신처럼 아이를 낳아야 한다고 주장했어요. 서로 싸우다가 돌이 욱하는 마음에 바나나를 향해 몸을 던졌고 살짝 비껴가서 돌만 깊은 골짜기 아래로 떨어졌어요. 바나나 나무들은 크게 기뻐하며 돌이 못 올라오니 우리가 이겼다고 외쳤지만 돌은 인간이 바나나처럼 된다면 죽음을 맞닥뜨려야 한다고 말했어요." (17p) 라면서 죽음의 기원을 들려주고 있어요. 신화는 영원불멸을 누리느냐, 아니면 유한한 삶을 살더라도 자손을 퍼뜨리며 종으로서 존재할 것이냐의 선택을 보여주고 있어요. 인간은 왜 죽어야만 하는가, 라는 심오한 질문에 관해 신화는 명쾌한 답을 알려주네요. 인간이라면 반드시 겪게 되는 생로병사가 신이 내린 벌처럼 느껴졌는데 인도네시아 바나나형 신화를 알고 나니 인간의 존재 의미를 다시금 생각하게 됐어요. 살아간다는 건 조금씩 늙어가는 일이고 소중하게 여기는 모든 것들과의 이별이며 상실의 과정이라서 슬프고 괴롭게만 여겼는데 오히려 그래서 더욱 아름답다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늙지도 죽지도 않고 똑같은 모습으로 영원히 살아가는 '돌'은 결코 누릴 수 없는 찰나의 행복이라는 걸 말이에요. 우리에게 익숙한 현대 작품 안에 신화적 요소를 발견하고, 세계 여러 나라의 신화들을 소개하며 그 안에 담긴 구조적 의미를 알려주고 있어서 신화의 매력에 푹 빠져들었네요. 저자의 말처럼 신화를 이해하고 나면 현대의 모든 콘텐츠 스토리들이 한결 더 풍부하게 느껴질 거라는 얘기, 신화는 세상 모든 이야기의 근원이라는 걸 확인할 수 있었네요. 항상 이야기의 힘은 세다고 생각했는데, 신화는 이야기의 근원이자 마르지 않는 샘이었네요.


"신화는 단순히 옛이야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지금 이 순간에도 신화는 여러 작품 속에서 변화하며 발전하고 있다.

신화는 언제나 현재를 살아가며, 우리는 여전히 신화 속을 살아간다." (4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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