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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생산 유토피아 - 인공자궁과 출생의 미래에 대한 사회적·정치적·윤리적·법적 질문
클레어 혼 지음, 안은미 옮김, 김선혜 감수 / 생각이음 / 2024년 5월
평점 :
우리나라는 저출산 현상으로 출생아 수가 매년 역대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어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저출산과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고, 이대로 가다간 인구 감소에서 인구 소멸, 국가 소멸에 이를 수 있다는 무서운 경고가 나오고 있어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자고, 임신과 출산 과정이 힘들고 두려워 꺼리는 사람들에게 강요할 수는 없는 일이에요. 최근 불임과 미숙아의 의료적 문제뿐 아니라 저출산과 인구절벽에 대한 대안으로서 인공 자궁 연구가 성과를 나타내고 있어요. 인공 자궁은 수정란이나 난자와 정자를 대신해서 줄기세포를 통해 배아를 형성하고, 자궁을 통한 태아의 성장과정을 대체하는 장치인데, 인공 자궁 연구는 미숙아 치료법의 일환으로 시작되었고 처음엔 양수가 차 있는 여성의 자궁을 모방한 바이오백을 고안했고 더 발전하여 인간 자궁 내막 조직에서 채취한 세포를 배양해서 '인 자궁 내막'을 개발하게 되었어요. 인공 자궁 기술은 유전자 조작 기술과 결합하여 성별을 선택하고 인공 자궁에서 배양하여 맞춤형 인간을 만들 수 있지만 윤리적 문제를 안고 있어요.
《재생산 유토피아>는 법학자 클레어 혼의 책이에요. 저자는 임신한 상태에서 태아의 태동을 느끼며 이 책을 썼다고 하네요. 인공 자궁 기술의 현실화를 앞둔 시점에서 이 책은 이 기술이 어떻게 발전해왔고, 이 기술 때문에 어떠한 문제들이 발생하는지 다각도로 살펴보고 있어요. 사실 우리는 과학 기술의 측면에서는 잘 모르지만 두 편의 소설, 즉 올더스 헉슬리가 1932년에 낸 <멋진 신세계>와 마지 피어시가 1976년에 발표한 소설 <시간의 경계에 선 여자>를 통해 인공 자궁 기술이 실현된 세상을 상상해볼 수 있었어요. 저자는 인공 자궁 기술이 가져올 사회적 변화를 어떤 방식으로 대처해야 할지, 더 나은 방향으로 갈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어요. 이 기술이 도입될 때 세상이 훨씬 더 평등하고 재생산에 관련된 건강을 진정한 인권으로 보호하는 곳이 되기를 바란다면 먼저 건강 불평등에 맞서고 모든 사람에게 재생산과 관련된 돌봄을 보장해야 한다고 이야기하고 있어요. "불평등한 세상에서는 어떤 기술도 그 자체로 기적을 낳을 수 없다." (164p) 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 같아요. 재생산 정의가 실현된 세상이라야 유토피아를 꿈꿀 수 있어요. 현실적으로 접근하고 논의해야 할 재생산 문제라는 점에서 의미 있는 시간이었네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