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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정신과 의사의 사람 도서관 - 낙인과 혐오를 넘어 이해와 공존으로
나종호 지음 / 아몬드 / 2022년 5월
평점 :
우연히 방송을 보고 알게 됐어요.
예일대학교 의과대학 정신의학과 나종호 교수님.
서울대 심리학과를 졸업하고 자살 예방에 기여하는 정신과 의사가 되고 싶어 의학대학원에 진학했고, 하버드대학교 보건대학원에서 석사과정을 밟았고, 이후 메이요 클리닉과 뉴욕대학교에서 정신과 레지던트, 예일대학교에서 중독 정신과 전임의(펠로우) 과정을 마친 뒤 현재 예일대하교 의과대학 정신의학과 조교수로 재직 중이라고 해요.
《뉴욕 정신과 의사의 사람 도서관》은 나종호 교수님이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에요.
제목에서 '사람 도서관'이란 실제로 덴마크에 있는 도서관으로 이곳에서는 책이 아닌 사람을 대여해준다고 해요. 소수 인종부터 에이즈 환자, 이민자, 조현병 환자, 노숙자, 트랜스젠더, 실직자 등 다양한 사람들이 자원하여 이 도서관이 유지되는데, 다른 도서관과의 차이점은 대여 기간이 30분가량이라는 거예요. 자신이 원하는 사람을 신청하여 30분간 대화를 나누는 방식인 거죠. 저자는 이 사람 도서관처럼 정신과 의사로 일하며 만난 환자들 이야기가 세상에 수많은 사람들과 소통하는 공간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하네요. 자신에게 환자 한 사람 한 사람이 새로운 '책'과 같았다고.
이 책을 읽으면서 공감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새삼 느꼈어요. 차별, 낙인과 혐오는 그 어떤 세균이나 바이러스 못지 않게 우리를 병들게 만들어요. 몸과 마음은 분리될 수 없고, 어느 쪽이든 아프게 되면 삶 자체가 힘들어질 수밖에 없어요. 우울증, 자살은 특정한 사람만 걸리는 병이 아니에요. 누구에게든 일어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나면 아픈 사람들을 다른 눈으로 바라보게 될 거예요. 상대방을 열린 마음으로 대할 수 있다면 서로 도울 수 있고, 살릴 수 있어요. 마음이 아픈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건 우리가 타인에게 공감하는 능력을 잃어버렸기 때문이라고 하네요. 저자는 우리에게 다른 사람의 차이를 존중하고 이를 가치 있게 여기는 과정이 공감이며 타인에게 공감하려면 의식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하네요. 삭막한 세상을 탓할 게 아니라 우리 자신이 바뀌면 돼요.
"나는 반 고흐의 작품 <신발>을 좋아한다.
'타인의 신발을 신고 걸어보라 (Walk a mile in one's shoes)'는 격언을 떠올리게 해서다.
물론 누구도 (모든) 타인의 신발을 신고 걸어볼 순 없다.
그렇기 때문에 이 문구는 나에게 타인의 경험과 관점, 삶을 함부로 재단하지 말라는 자경문과 같다." (105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