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말해주세요, 꽃들의 비밀을 - 꽃길에서 얻은 말들
이선미 지음 / 오엘북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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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걷다가 문득 발걸음을 멈출 때가 있어요.

그건 그곳에 꽃들이 피어있기 때문이에요. 나이가 들면 꽃이 좋아진다더라, 근데 꽃은 원래 예뻤고 그 꽃을 보면서 기분이 좋아지는 건 당연하잖아요. 꽃들이 주는 기쁨을 알아채는 건 나이가 아니라 마음이니까, 열린 마음을 가지면 누구나 꽃을 좋아할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점점 더 꽃과 식물들이 좋아지는 건 사실이에요. 그래서 꽃에 관한 책을 보면 그냥 지나칠 수가 없어요.

《누군가 말해주세요, 꽃들의 비밀을》은 이선미 작가님이 길 위에서 만난 꽃들과 그 꽃들을 만난 자신에 관한 이야기를 담은 책이에요.

저자는 맨 처음 우리에게 꽃을 만나는 몇 가지 자세에 대해 알려주네요. "어느 날은 바람이, 어느 날은 슬픔이, 어느 날은 그리움이 하루를 살게 하는 것처럼 또 어느 날은 꽃들이 지상의 양식, 지상의 길동무, 지상의 스승이 된다." (11p) 라는 문장을 읽으면서 매우 공감했어요. 어떤 마음으로 꽃을 대해 왔는지 고스란히 느껴졌어요. 갈 위에서, 산속에서 만난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꽃들을 소개하면서 꽃들이 전해주는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어요.

"모든 만남이 좋지 않아? 꽃이 필 때도 꽃이 질 때도 언제든 다가오는 게 좋아. 주고받을 수 있는 말은 저마다 다르지만 어떤 순간도 의미 없이 소멸하지는 않아. 지금 이 순간도 좋지 않아." 지고 있는 꽃들을 바라보며 '지는 일'에 대해 잠시라도 생각을 기울여보는 시간, 어쩌면 이 시간이 가장 중요한 일 중 하나가 아닌가. 잘 보내는 일, 고맙다고 인사하며 잘 떠나보내는 일. (···) 꽃들은 고마워하며 헤어져간다. 뒷모습도 어여쁘다 봐주는 시선을 오히려 다독거린다. 피고 지는 어떤 것도 상실이 아니야. 모든 것이 존재하는 그 시공은 앞모습이든 뒷모습이든 다 필요가 있어서 거기 그렇게 있었을 테니. (47-48p) 살다보면 만남의 기쁨보다 헤어짐의 아픔이 더 크게 느껴질 때 많은데 꽃들이 피고 지는 모습을 보며 그 어떤 것도 상실이 아니라고 표현한 부분에서 깊은 울림을 느꼈네요. 책에서 처음 만난 깽깽이풀, 모데미풀, 얼레지, 새우난초 등등, 내가 아는 꽃보다 모르는 꽃이 더 많다는 사실을 깨닫고 나니 꽃들을 좋아하는 마음이 살짝 부끄러워졌어요. 좋아한다면서 별다른 노력을 안했구나 싶어서, 우연히 만나는 꽃들 말고 새로운 꽃들을 만나러 산과 들에 가야겠구나 싶었어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은방울꽃은 이름처럼 바람에 흔들릴 때마다 댕그랑 댕그랑 예쁜 소리를 낼 것만 같아서 사랑스러운 꽃이에요. 중세 수도원에서는 제대를 꾸미기 위해 정원에서 은방울꽃을 키웠는데, 계단처럼 한 층 한 층 꽃이 피는 형태 때문인지 '야곱의 사다리'라는 이름으로 부르기도 했대요. '모든 근심의 끝'이라는 꽃말에서 더 나아가 '다시 찾은 행복', '틀림없이 행복해집니다.', '영혼의 정화'라는 꽃말까지 있대요. 그래서 결혼식 부케로도 사용된대요. 은방울꽃을 받으면 행운이 온다고 해서 특히 프랑스에서는 5월 1일 은방울꽃을 선물한다고 하네요. 동네 화단에서 은방울꽃을 종종 봐왔던 터라 꽃다발로 선물하는 건 전혀 생각도 못했는데 사랑하는 사람에게 선물하면 좋을 것 같아요. 예쁜 모습과 달리 은방울꽃은 잘못 먹으면 심부전증을 유발해 사망에 이르게 할 정도로 독성을 지닌 치명적인 독초라서 동물들도 피해 다닐 정도라니 그건 좀 놀랍네요. 식용으로 애용되는 비비추 잎과 비슷해서 구분하기 어려운데 다 자란 잎의 경우 비비추 잎이 은방울꽃의 잎보다 길이는 다소 작지만 폭은 좀 더 넓다고 하네요. 우리가 먹지 않는다면 전혀 해로울 것이 없는 꽃인데 오히려 먹을 수 없는 독초라서 다행인 것 같아요. 어여쁜 꽃과 매혹의 향을 가진 은방울꽃을 사랑하기 위해선 약간의 거리를 둬야 한다는 걸 알려주는 게 아닐까 싶어요. 매번 피는 꽃이지만 매번 꽃을 만날 때마다 새롭고, 콩닥콩닥 설렐 수 있다는 건 정말 행복한 일이에요. 그 행복을 나눠준 저자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네요. 책 제목은 네팔 시인 두르가 랄 쉬레스타의 <꽃은 왜 피는가>라는 시에서 가져온 것이라는데 그 시가 좋아서 옮겨 적어보네요. "어느 날 시들어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 꽃은 왜 피나? / 꽃은 왜 피어나나? / 누군가 말해주세요, 이 생의 비밀 ······" (24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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