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궐로 떠나는 힐링여행 : 경희궁 인문여행 시리즈 19
이향우 지음 / 인문산책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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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 남아 있는 조선시대 5대 궁궐로는 경복궁, 창덕궁, 창경궁, 덕수궁(경운궁) 그리고 경희궁(경덕궁)이 있어요. 궁궐은 우리에게 조선왕조 500년의 역사와 문화를 고스란히 보여주는 곳이라서 궁궐로의 여행은 더욱 특별한 것 같아요.

《궁궐로 떠나는 힐링여행 경희궁》은 인문여행 시리즈 열아홉 번째 책이에요.

먼저 '궁궐로 떠나는 힐링여행' 시리즈는 2013년 경복궁 이야기로 시작되었는데, 왜 경희궁 이야기는 2024년이 되어서야 나온 걸까요. 그 이유에 대해 저자는 2013년부터 경희궁 해설을 위한 메뉴얼 작업을 준비하고 시작했는데 오랜 시간 마무리하지 못한 것은 현재 경희궁이 안고 있는 상황 때문이라고 설명해주네요. 역사기록으로 본 경희궁은 온전하게 그려지는 반면, 현재 경희궁의 실제 상황은 매우 초라하며 제자리에 놓이지 못하고 엉뚱한 위치에 세워진 정문 흥화문과 겨우 제자리를 지키고 있는 금천교, 그리고 달랑 세 개의 전각만 아주 생경한 모습으로 새로 지어졌다는 거예요. 경희궁의 현재 면적은 도로에 침범당해 축소되어진 데다가 궁궐의 영역을 표시하는 궁장도 없고, 대문과 동선이 연결되지도 않아서 조선시대에 왕이 주로 사용했던 중요한 궁궐이라는 인식이 쉽게 와 닿지 않으며, 얼마 남아 있던 흔적인 뽕나무밭도 사라지고, 높은 언덕 활 쏘던 황학정도 보이지 않는 지금은 사방이 온통 현대 건축물에 에워싸여 옹색한 모양새가 되었다고 하네요. 5대 궁궐 가운데 경희궁은 문화재청에서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서울시에서 관리하고 있어요. 문화재청이 2024년 주요업무 추진계획을 일반에 공개했는데 주요 프로그램으로 4대 궁궐을 활용한 K관광 콘텐츠를 확대 운영하는 내용이었어요. 문화재청이 경희궁을 빼놓은 이유는 경희궁은 현재 서울시 관할이기 때문이에요. 경희궁이 서울시 관할이 된 데에는 복잡한 역사가 있다고 해요. 17세기 초에 건설되어 한때는 경복궁의 3분의 2나 되는 거대한 규모였던 경희궁이 조선 말과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주요 전각들이 거의 모두 사라지는 비극을 겪었고 그 자리에 서울고등학교 등 일반 건물이 들어서면서 빈 땅은 서울시 소유가 됐어요. 이후 서울고가 이전하고 1980년대 들어 복원이 시작됐으나 아쉽게도 작업은 숭전전, 자정전, 태령전 등 일부 전각에 그쳤어요. 복원된 전각은 원래의 10분의 1도 안되고, 나머지 부지에는 서울시교육청, 국립기상박물관, 서울역사박물관, 주택, 상가 등이 들어섰고 2000년대 초에 사실상 복원이 중단됐어요. 다른 궁궐과 같은 문화재가 아니라는 이유로 현재 관리는 서울시 서울역사박물관이 맡고 있고, 나머지 4대 궁궐은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가 관리하게 된 거예요. 4대 궁궐 복원은 활발히 진행 중인데 반해 경희궁은 그냥 방치된 수준이며 복원된 전각의 숫자도 적어 30분이면 둘러볼 정도라서 입장료를 받는 4대 궁궐과는 달리 경희궁 관람은 무료라는 것, 근데도 경희궁이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시민들이 상당수라니 씁쓸하네요. 저 역시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경희궁의 존재를 역사기록으로만 기억했지, 실제로 가본 적이 없다는 것조차 생각하지 못했어요. 엄연히 궁궐인데 궁궐로 인정받지 못한 경희궁, 어쩐지 우리의 아픈 역사가 고스란히 서려 있는 듯해서 슬프네요. 이제라도 경희궁을 널리 알려서 당당하고 찬란했던 옛 모습을 되찾는 길이 열렸으면 좋겠어요. 그러기 위해서는 경희궁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필요해요. 이번 주말엔 경희궁 나들이를 해보면 어떨까요. 경희궁을 가려면 새문안길의 흥국생명 건물 앞에 있는 거대한 철제 조각 작품인 해머링 맨을 찾으면 돼요. 그 맞은편에 경희궁이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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