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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도 없는 사이
시몬 드 보부아르 지음, 백수린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4년 5월
평점 :
《둘도 없는 사이》는 시몬 드 보부아르의 미발표 유작이자 자전 소설이라고 해요.
아홉 살의 시몬 드 보부아라는 아델린 데지르 가톨릭 학교를 다녔고, 그 곁에는 짧은 갈색 머리의 여자아이 엘리자베스 라쿠앵이 있었어요. 보부아르보다 며칠 먼저 태어난 그녀는 일명 '자자'라고 불렸고, 두 아이는 학교에서 1등 자리를 다투면서 둘도 없는 사이가 되었어요. 시몬은 자자를 사랑했으나 자자가 자기와 같은 감정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걸 알아차렸어요. 이 소설에서는 앙드레 갈라르와 실비 르파주라는 두 여자아이가 등장해요. 아홉 살 실비는 교실에서 처음 앙드레를 만났고, 실비의 옆에는 앙드레가 자리하게 됐어요. 실비의 눈에는 앙드레가 가장 특별하게 보였고 사랑에 빠지고 말았어요. 얼마나 진심이었는지, 시몬은 이 소설을 죽을 때까지 간직하고 있었어요. 어쩌면 그 시대에 그 진심은 가장 깊숙한 곳에 넣어둘 수밖에... 부록에 실려 있는 사진들을 보면 자자를 만나기 전인 1915년의 시몬과 1928년의 자자, 소설 속 파스칼이라는 인물로 묘사된 모리스 메를로 퐁티(자자가 열렬히 사랑했던 남자), 대학생 시절의 자자와 시몬, 1929년 시몬과 사르트르, 시몬이 자자에게 열두 살에 쓴 편지, 자자가 시몬에게 보낸 편지 등을 통해 보이지 않는 마음들을 느낄 수 있어요. 특히 시몬이 자자에게 쓴 편지 말미에 '너의 둘도 없는 친구"라고 서명한 부분이 마음 한 켠을 뜨겁게 만드네요. "내 생각에는 너도 나처럼 지난 보름간 우리의 우정이 얼마나 근사한 단계에 이르렀는지를 느꼈던 것 같아. 예를 들어 금요일에 우리와 럼펠마이어 사이의 시간이 무한히 계속되게 하기 위해서라면 나는 세상 무엇이든 줄 수 있었을 거야." (229p) 우리는 단순히 좋아하는 것과 사랑하는 것이 다르다는 걸 알지만 그 마음이 어떠한 모습이라는 걸 표현하기는 어려워요. 근데 이 소설과 친필 편지를 읽으면서 적어도 '둘도 없는 사이'란 어떤 것인지 이해할 수 있었네요. 그의 존재가 내게 무엇을 가져다주든, 나를 기쁘게 할 것을 내가 알고 있는 것. 우리가 영원한 사랑을 약속할 수 없는 건 영원히 살 수 없기 때문이지, 그 사랑이 존재하지 않아서가 아니에요. 스물두 살이 되기 한 달 전에 갑작스러운 자자의 죽음이 준 충격이 어떠했을지 감히 짐작할 수는 없지만 이 소설을 통해 자자를 향한 시몬의 마음은 살그머니 들여다본 느낌이에요.
앙드레는 내 눈을 들여다보았다.
"실비, 하느님을 믿지 않는다면 너는 사는 걸 어떻게 견뎌?"
"나는 사는 게 좋아." 내가 말했다.
"나도 그래. 하지만 그러니까 하는 말이야. 만약 사랑하는 사람들이 언젠가 완전히 죽을 거라고 생각한다면, 나는 곧바로 자살하고 말 거야."
"나는 자살하고 싶지 않아." 내가 말했다. (82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