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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여름 노랑나비
한정기 지음 / 특별한서재 / 2024년 5월
평점 :
"할머닌 그 어려운 시절을 어떻게 살았어요?"
"어떻게 살긴! 그냥 살아야지. 그때는 다 그렇게 살았어." (99p)
요즘 아이들은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하는 시간이 많지 않아요. 그게 뭔 문제인가 싶었는데 어쩐지 이 소설을 읽고 나니 세대 간의 대화가 정말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어쩌면 세대 간의 갈등이나 문제는 그러한 대화가 부족했던 탓이 아닌가 싶어요. 교과서를 통해 배우는 역사보다 부모님, 조부모님을 통해 직접 듣는 이야기들이 훨씬 더 깊게 다가온다는 걸 간과했던 것 같아요.
《그 여름 노랑나비》는 한정기 작가님의 장편소설이에요. 열여섯 살 소녀 채고은과 아흔 살 외할머니 김선예의 동거 이야기예요. 올해 중학생이 된 고은이는 부모님의 부탁으로 치매에 걸린 외할머니와 일주일 동안 같은 방을 쓰게 됐어요. 한창 예민한 사춘기 소녀에겐 그야말로 하루아침에 날벼락인데 방을 뺏긴 것도 모잘라 외할머니를 챙기는 일까지 떠맡게 됐으니 투덜거릴 수밖에요. 어색하고 불편한 마음이 컸던 고은은 말간 얼굴로 고은이만 보면 "우리 예쁜 고은이."하며 웃는 외할머니 앞에서 무장해제되고 말았어요. 아기가 된 외할머니의 행동은 예측 불허였지만 고은이만 보면 소녀처럼 재미난 이야기를 들려주셨는데, 자그마치 74년 전 이야기를 어제 일처럼 들려주셨어요. 가슴 아픈 할머니의 이야기는 우리의 뼈아픈 현대사였어요. 6·25 전쟁을 겪어야 했던 김순예라는 소녀를 통해 전쟁의 참혹함을 우리의 이야기로 느끼게 만드네요. 손녀인 고은이의 시점에서 전쟁은 왜 일어났고, 누구를 위한 것인지, 그 역사가 현재 우리에게 어떠한 영향을 주고 있는지를 생각해볼 수 있어요. 무엇보다도 고은이는 외할머니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진짜 행복은 나와 가족 모두가 하루하루 안전하게 살 수 있는 거라고 느꼈고, 그 덕분에 사회 보고서 주제를 정할 수 있었어요. 인간은 저마다 생각하는 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행복의 정의도 다르지만 기본적으로 안전이 보장된 사회, 국가에 살고 있어야 진정한 행복을 논할 수 있을 거예요. 지금도 전쟁 중인 나라에서는 수많은 사람들이 고통받고 있어요. 우리나라도 전쟁이 멈춘 상태이지 아직 끝나지 않았는데 북한과의 관계가 좋지 못해 여러 모로 걱정스러워요. 하루 빨리 평화로운 관계로 개선되기를 바랄 뿐이에요. 소녀 순예가 수놓았던 노랑나비처럼 아름다운 세상을 꿈꾸는 우리 모두를 위한 이야기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