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밖에는 한 발짝도 나가지 않았지만 - 예민한 나에게 필요한 반경 5m의 행복
나오냥 지음, 백운숙 옮김 / 서사원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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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그런가, 고민한 적이 있어요.

남들은 신경쓰지 않는 사소한 것들이 마음을 아프게 할 때 약해빠진 나를 탓하며 힘들었던 것 같아요.

근데 HSP(Highly Sensitive Person, 무척 민감해 쉽게 상처받는 사람)라는 개념을 알게 되면서 생각이 바뀌었어요. 세상의 20%는 HSP, 예민한 사람의 범주에 들어간다고, 즉 10명 중 2명은 예민한 사람에 해당한다는 거예요. 예민함이 본인에겐 너무 피곤한 일이지만 다른 사람의 감정을 감지하는 예리한 능력을 지녔다는 점에서 공감력 만렙이며 신중하고 친절한 사람일 확률이 높아요. 아마 삭막한 세상을 살 만하게 만드는 것도 예민한 사람들의 공감과 배려, 친절 덕분이지 않을까 싶어요. 그래서 이 책이 무척 마음에 들었어요.

《오늘도 밖에는 한 발짝도 나가지 않았지만》은 HSP 인간 나오냥의 그림 에세이예요. 파란 하늘, 노란 별 위에 분홍토끼가 환하게 웃고 있는 표지를 보면서 저도 미소를 짓게 되더라고요. 왠지 안심해도 괜찮은 상대를 만난 느낌이랄까요. 저자가 분홍토끼에게 붙여 준 이름은 '저공비행 토끼'이고, 토끼의 고민을 귀기울여 들어주는 친구인 '멘탈 강자 냥이'와 정신건강의학과 마스다 유스케 선생님이 '댕댕 선생'으로 등장하네요. 우울하고 지친 마음을 남들에게 들키기 싫어서 혼자 끙끙 앓고 있다면 이 책이 조금은 도움이 될지도 몰라요. 너무 아프다면 병원을 찾는 것이 최선책이지만 그 전에 여유가 된다면 HSP 인간이 어떻게 행복한 하루를 보내게 되었는지 그 방법을 배워보면 좋을 것 같아요. 비슷한 누군가의 고민과 해결법, 그것만으로도 힘이 될 때가 있거든요. 저자인 나오냥님은 그림책 편집자로 일했는데 직장 생활이 맞지 않아 우울증 진단을 받고 휴직했고, 직장을 그만둔 후에는 프리랜서 그림책 작가로 살고 있대요. 2020년 X(구 트위터)에 우울한 마음과 고민을 담은 일러스트를 올리면서 좋은 반응을 얻기 시작했고 지금은 24만 팔로워가 찾는 인기 계정이 되었대요. 이 책에는 평생 남들 눈치만 보던 나오냥님이 어떻게 솔직해질 용기를 냈는지, 늘 숙제 같은 타인과 우울해지는 나를 마주하는 방법, 조금씩 자신을 변화시키며 작은 성장을 하는 과정들을 들려주고 있어요. 다 읽고 나면 제목 뒤에 나올 문장을 완성할 수 있어요. "아무리 날이 화창해도, 밖에 한 발짝도 나가지 않고 집에서 느긋한 하루를 보낸 내가 행복했으면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아는 것. 언제까지고 단잠에 빠지는 여유를 즐기는 사람이고 싶다." (128p) 중간에 댕댕 선생, 마스다 유스케 선생님의 의학적 조언이 정말 유익한 것 같아요. 귀엽고 예쁜 그림들과 함께라서 힘든 마음에 관한 이야기를 한결 편안하게 나눌 수 있었네요. 마음은 나눌수록 가벼워지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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