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나의 무자비한 여왕
코가라시 와온 지음, 양지윤 옮김 / 흐름출판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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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력적인 그대, 첫눈에 반하고 말았어요.

《안녕 나의 무자비한 여왕》은 코가라시 와온 작가님의 장편소설이에요.

주인공은 아리사카 하토, 겉보기엔 평범한 고등학생이에요. 사실 평범해보인다는 건 꽤나 노력이 필요한 일이 아닌가 싶어요. 하토는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건강 카페 빠져 집안을 온통 식물로 가득 채우고 식사도 거의 채소만 강요하는 엄마 때문에 몹시 힘들지만 내색하지 않아요. 그러기엔 엄마가 너무 진심이라, 아들을 위해 헌신적인 태도를 보이는 엄마에게 차마 싫다는 소리를 하지 못해 꾹 참고 있지만 허기진 배는 도저히 버틸 수 없어서 꽃집 아르바이트를 시작했어요. 엄마 몰래 편의점에서 치킨을 사먹거나 식당에 가서 제대로 된 밥을 사먹으며 배를 채우고 있어요. 우연히 병실에 화분 배달을 갔다가 소나 마키나를 만나게 됐고 그 인연으로 둘 만의 특별한 대화를 나게 되는 이야기예요. 스물두 살의 마키나는 몸안에 식물이 자라는 희귀한 병이 걸려서 입원 중인데 하토에게 '스무고개'라는 게임을 제안했어요. 한 사람이 문제와 정답을 준비하면 상대방은 예스나 노로 대답할 수 있는 질문을 최대 스무 번까지 하고, 그 안에 정답을 맞히는 거예요. 짐작했듯이 마키나라는 존재는 하토에게 무자비한 여왕님이에요. 하토를 보면서 십대 시절 사춘기를 겪어내던 그 시간들이 떠올랐어요. 하토와 엄마의 관계, 그리고 하토와 마키나의 대화 속에서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됐어요. 아무것도 바꿀 수 없는 처지가 식물 같다고 느꼈던 하토는 무력감에 빠져 있었는데 마키나를 만나면서 달라졌어요.

"끔찍이도 싫어하던 화분의 식물이 이상하게도 친근하게 느껴지는 건, 분명 알아버렸기 때문이다. 내가 놓인 상황과 그들의 처지가 쏙 빼닮았다는 사실을. 꿈도 의지도, 기쁨도 슬픔도, 사랑도 희망도 우리에겐 필요 없다. 잠시라도 엄마의 세상을 이상적인 빛깔로 채색할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57p)

마키나는 몸이 아픈 환자인 데도 정신적인 고통, 혼란에 빠져 있는 하토를 다독여줬어요. 물론 드러내놓고 위로한 적은 없지만 스무고개 게임을 통해서 항상 진심을 전했어요. 똑부러지게 할 말 다 하는 마키나, 그래서 아프다는 걸 잊고 하토 쪽에 더 신경을 썼나봐요.

"바닥 밑에는 또 바닥이 있고, 터무니없는 소원은 금물이며, 분수에 맞는 행복을 추구하고, 원래 있던 장소에서 꽃을 피워라, 그렇지? 하긴, 그런 사고방식도 중요하긴 하겠다. 덕분에 이해했어. 그래서 처음 봤을 때 넌, '타인을 행복하게 하는 건 선의가 아니라 선행'이라는 말을 했던 거구나. 엄마의 선의가 지금 널 불행하게 만드니까." (72p)

서로 잘 모르는 사이였을 때 마키나가 하토에게 물었어요. "내가 죽으면 넌 슬플 것 같아?" (46p) 이 질문에 대한 정답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어요. 하지만 머리로만 아는 건 진짜 아는 게 아니죠. 진심으로 느끼는 그때, 그 순간에 알게 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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