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실의 새 - 나는 잠이 들면 살인자를 만난다
김은채 지음 / 델피노 / 2024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지하실의 새》는 김은채 작가님의 범죄 추적 미스터리 소설이에요.

주인공 김하진은 "28세, 젊지만 농익은 피의 이야기를 그려내는 스릴러계의 아이돌······." (18p)라는 수식어가 붙은 베스트셀러 작가인데,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한 비밀이 있어요. 그가 쓴 소설은 전부 꿈에서 봤던 내용이라는 거예요. 정확히 언제부터인지는 모르지만 새가 되는 꿈을 자주 꿨고, 새의 눈으로 살인자가 누군가를 죽이고 도륙하는 것을 목격해왔는데 꿈속이라고 하기엔 소름 끼치게 선명한 감각이라 질겁하며 깨어나곤 했어요. 여기에 묘사되어 있는 꿈의 내용이 너무 섬뜩해서 소름이 돋았어요. 눈만 감으면 꿈에서 만나는 장면들이 온통 피로 물들어 있다면, 매일 시도때도 없이 이런 악몽에 시달린다면 살아도 사는 게 아닐 것 같아요. 하진은 꿈에서의 고통을 견디기 위해 더 고통스럽게 자신의 몸에 칼질을 했고 거의 죽을 뻔한 사고를 겪은 뒤에 정신과 진료를 받으면서 글쓰기를 권유받아 꿈을 기록하면서 본의아니게 소설가로 살게 된 거예요. 한편으론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벌벌 떨면서 깨어나는 악몽을 다시 되짚어가며 글을 써야 하는 모순적인 상황이 안타까웠어요. 꿈을 꾸지 않는 것이 꿈이 된 하진에게 그 꿈이 생계수단이 되어 스스로 가두고 있는 꼴이 된 거예요. 그래서 꿈속에서 새가 되는 하진의 심리 상태가 묘하게 납득되는 부분이 있어요. 까마귀, 올빼미, 뻐꾸기, 참새, 앵무새, 그리고 쥐도 새도 모를 새... 새가 되어 멀리 날아갈 수 있다는 가능성이 남아 있으니 말이에요. 아참, 하진은 새가 되는 꿈 말고도 새가 아닌 자신이 되는 꿈을 꾸기도 하는데 그 꿈 역시 악몽이에요. 가위에 눌린 것처럼 꼼짝할 수 없고, 늘 검은 형제가 나타나 덮쳐오는 꿈이에요. 뭔가 지독한 저주에 빠져버린 것 같은 주인공에게 일상을 흔드는 누군가가 등장하네요. 그는 바로 박 형사.

현실과 꿈 사이에서 혼란을 느끼고 있던 하진에게 박 형사가 찾아오는데, 그의 소설에서 묘사된 연쇄살인 사건이 실제 현실에서 일어났고 아직 범인은 잡히지 않았다는 거예요. 분명 꿈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살인 현장이 진짜라면 대체 범인은 누구인 걸까요. 가장 끔찍스러운 공포는 '나'라는 존재가 누구인지 알 수 없는 상황이 아닐까 싶어요. 그래서 어린 시절의 기억을 잃어버린 주인공 김하진은 스스로를 의심하면서 꿈속에 가리워진 누군가를 두려워하고 있어요. 꿈속의 그 사람의 정체가 내내 궁금했는데 역시나 그 꿈 안에 답이 있었네요. 연민과 의심을 오가며 추적해가는 과정, 그 끝에 이르러서야 진실을 마주할 수 있어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