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진 신세계
올더스 헉슬리 지음, 프레드 포드햄 그림, 문형진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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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진정으로 원하는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요.

행복은 무엇이고, 자유란 어떤 의미일까요. 막연했던 생각들이 이 작품을 통해 구체화되고, 인간의 본질을 파고들게 만드네요.

그 작품은 바로 《멋진 신세계》, 올더스 헉슬리가 1931년에 쓰고 1932년에 출간된 디스토피아 SF 소설인데, 이번에는 원작 소설이 아닌 그래픽노블로 재탄생했어요. 영국의 작가이자 삽화가인 프레드 포드햄이 그린 이 책은 《멋진 신세계》 최초의 그래픽노블이라고 하네요.

그래픽노블은 만화와 소설의 장점만을 가져온 장르라서 다소 어렵게 느낄 수 있는 원작을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고, 그림으로 표현된 장면들 자체가 예술이라 시각적인 재미와 감동이 있어요. 제가 무척 좋아하는 장르이기도 해서, 《멋진 신세계》 그래픽노블을 기대하고 있었는데 역시나 최고네요.

우선 첫 장면부터 영화를 보는 듯, 감탄이 절로 나왔어요. 벌거벗은 남자의 뒷모습이 클로즈업, 서서히 카메라가 뒤로 빠지면서 쾌락으로 가득찬 도시의 모습을 보여주다가 다시 벌거벗은 남자로 돌아와 그가 절벽 위에 서서 고뇌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요. 그가 누구인지, 무엇때문에 괴로워하는지는 곧 알게 될 거예요. 《멋진 신세계》는 초고도화된 과학이 사회 전반을 지배하고 인간을 통제하는 문명 사회를 그리고 있어요. 인간은 인공 수정-부화실에서 태어나고 수정체일 때부터 알파, 베타, 감마, 델타, 엡실론으로 나뉘어 정해진 계급에 맞게 양육되고 있어요. 가족의 개념이 없기 때문에 사람들은 각자 계급끼리 어울리면서, 걱정이나 근심, 고통이라는 감정을 느끼기 전에 소마라는 알약으로 평온함과 쾌락을 누리고 있어요. 버나드 마르크스는 알파 플러스 계급이지만 왜소한 체격과 남다른 감성을 지니고 있어서 동료들과 어울려 놀기보다는 혼자 있기를 좋아해요. 어쩐지 미운 오리 새끼 같은 존재라는 인식이 버나드를 울적하게 만들지만 소마를 먹지 않아서 주변 사람들에게 별종 취급을 받고 있어요. 버나드는 최근 만나게 된 여성 레니나 크라운과 야만인 보호 구역에 가게 되고, 그곳에서 만난 존과 그의 어머니 린다를 자신이 사는 세계로 초대하는데... 존은 과연 완벽하게 설계된 세계에서 행복을 찾을 수 있을까요. 《멋진 신세계》에는 두 가지 형태의 세계가 공존하고 있지만 그 어느 곳에도 인간다움은 찾아보기 어려워요. 고통이 사라지면 행복할 거라는 생각이 얼마나 야만적인 것인지 그들은 모르고 있어요. 소마라는 알약은 사람들에게 고통만 없애준 것이 아니라 인간성마저 지워버렸으니까요. 쾌락의 노예가 된 사람들은 자신들이 누리는 자유와 행복이 가짜라는 사실을 모르는 거예요. 오직 존만이 그 자유를 빼앗겼음을 인지하고, 간절하게 자유를 원하고 있어요. 불행과 고통이 뒤섞인 자유, 그게 삶의 본질이며 인간은 고통 없이 성장할 수 없는 존재라는 걸... 당신이라면 그 자유를 선택할 용기가 있나요.



존은 이렇게 말했어요.

"오 멋진 신세계여··· 여러분은 자유롭고 싶지는 않나요?

자유가 어떤 뜻인지는 알고 있나요?" (186p)


"우리에겐 소마가 있어. 과거에는 내적 갈등을 해결하고 인내하기 위해, 수많은 세월에 거쳐 힘든 도덕적 훈련을 해야만 했지만,

이제는 반 그램짜리 알약 두세 개만 삼키면 짜잔, 누구든 덕을 갖추고 고결해질 수 있어. 자네의 도덕성 절반을 병에 넣어 가지고 다니는 셈이지."

"눈물이 없는 기독교 정신 - 그게 바로 소마라네."

"하지만 눈물은 꼭 있어야 합니다."

(···)

"저는 편안한 것을 원하지 않습니다. 저는 신을 원하고, 시를 원하고, 진짜 위험을 원해요.

자유를 원하고 선함을 원합니다. 저는 죄를 원합니다."

"사실상 불행해질 권리를 요구하는 셈이군. 늙고 추해지고 무기력해질 권리뿐만 아니라, 매독과 암에 걸릴 권리, 굶주림에 허덕이면서 내일은 어떻게 될지 끊임없이 걱정하면서 살아갈 권리, 온갖 종류의 형언할 수 없는 고통으로 괴로워할 권리 말인가?"

"저의 권리를 다 요구하겠습니다." (206-20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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