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를 걷다 서점을 읽다 - B급 디자이너의 눈으로 읽은 도쿄 서점 이야기
김경일 지음 / 디앤씨북스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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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와, 이렇게나 많다니... 정말 깜짝 놀랐어요.

우리나라는 대형 서점을 제외하면 동네에서 서점을 찾아보기 힘든데, 일본 도쿄에는 900여 개의 서점이 있대요. 하지만 일본도 2014년 기준 1천 4백여 개의 서점이 있었는데 점차 줄어드는 추세라고 하네요. 어쩐지 이 책을 읽고나니 우리 서점, 책방은 잘 있는지 궁금해서 검색해보니 서울시에는 500여 개 서점이 확인되는데 실제 운영되고 있는지 여부는 알 수 없네요.

《도쿄를 걷다 서점을 읽다》는 'B급 디자이너의 눈으로 읽은 도쿄 서점 이야기'라는 부제가 달려 있어요.

저자는 종이책을 디자인하는 일을 하고 있고, 독립서점 더클럽의 주인장이라고 하네요. 겸손하게 B급이라고 표현했지만 제 기준에는 책 디자인도 고유의 창작물이라 급을 나누는 건 너무 급 떨어지는 일인 것 같아요. 사실 책도 좋지만 책의 디자인에 관심이 많은 편이라 마음에 끌리는 디자인을 만나면 행복해지더라고요. 암튼 책을 만드는 사람이기에 조금 더 특별했던 도쿄 서점 방문기였어요. 이 책에는 서른네 개의 도쿄 서점에서 만난 서른네 개의 이야기가 담겨 있어요. 디자인 업계에 몸담은 이들은 다 아는 스타 디자이너 하라 겐야를 언급하면서 그가 만든 책은 어느 서점에 가도 가장 좋은 자리에 놓여 있어서 부럽다는 저자의 마음을 조금 알 것 같기도 해요. 한국에도 하라 겐야 못지 않은 실력을 갖춘 디자이너가 많지만 하라 겐야만큼의 인지도를 가진 이가 없다는 건 우리의 잘못이에요. 책을 안 읽고, 책에 대해 무관심하니까 책 디자이너의 존재를 살펴보지 않은 탓이죠.

도쿄의 서점에서 저자가 만난 책, 사람 그리고 북디자인에 관한 이야기가 흥미롭고 신선했는데, 특히 조남주 작가님의 <82년생 김지영>이라는 책을 한국어판의 표지 디자인과 일본어판 디자인을 비교해보면 그 차이를 느낄 수 있어요. 표지 디자인 자체를 비교하는 재미도 있지만 그보다는 책 디자이너에 대한 양국 간의 대우가 엄청 다르다는 점에서 놀랐어요. 책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자세히는 모르지만 작가님 외에도 수많은 사람들의 협업을 통해 멋진 책이 완성된다는 건 알고 있었는데 그 공로를 너무 숨기고 감추는 한국의 실정이 너무 안타깝고 속상했어요.

"서점을 나오며 나는 울었다. 서점 주인의 행복한 표정이 부러웠다. 그 표정을 보며 나도 그처럼 행복한지, 내 가족은 행복한지, 내가 사랑하는 모든 사람도 행복한지 스스로 물었다. 또 내가 그들을 행복하게 해 줬는지 나 자신에게 물었다. 그리고 그 대답이 마뜩잖아 눈물이 났다." (238p)

일본 도쿄에는 행복한 서점 주인과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저자도 덩달아 행복을 느끼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지만 책에 관한, 한 시대가 저물고 새로운 시대가 열리는 현상을 목격했다고 해요. 우리보다는 더디게, 속도는 느리지만 일본 역시 종이책의 위세가 무너지고 있는 현실은 다르지 않다는 것이 마음을 무겁게 만드네요. 생태계 멸종위기 동물을 보호하듯이 우리는 종이책을 지키고 보호해야 할 시점이 온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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