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다란 모과나무를 맨 처음 심은 이는 누구였을까
오경아 지음 / 몽스북 / 2024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파릇파릇한 싹이 돋아나고 세상이 온통 푸르러지는 계절이 좋아요.

식물들은 묵묵히 생명의 힘을 뿜어내는 것 같아서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되네요.

《커다란 모과나무를 맨 처음 심은 이는 누구였을까》는 가든 디자이너 오경아님의 에세이예요.

오경아 작가님의 열한 번째 책이자 정원 생활 이야기를 담고 있는 이 책은 글과 그림을 통해 사계절 식물의 아름다움을 전해주고 있어요.

사실 가드너는 익숙한데 가든 디자이너는 좀 낯설어요. 주변에서 쉽게 접해보진 못했지만 이 책을 읽다보니 식물을 사랑하고 가꾸는 사람들의 직업으로서 이해가 되네요. 모든 사람이 정원 생활을 할 수는 없지만 마음만은 자신만의 정원을 꿈꾸고 있지 않을까요. 항상 멀찌감치 떨어져서 감상만 했지, 직접 정원을 가꿔본 적이 없는 저한테는 신선한 자극을 주는 내용이었어요.

"신기한 것은 이 작은 봉오리가 본격적으로 풀어지기 시작하면 말린 꽃이 물에 퍼지는 것과 같은 속도로 엄청난 꽃잎들이 순식간에 벌어지며 거대한 세계가 열린다. 이 신비로움은 마치 우주의 빅뱅을 목격하는 듯하다. 누구의 말인지 기억나지 않지만, 그래서 매년 5월 피어난 장미꽃을 보면 "장미 속 안에 우주가 담겼다"는 말을 실감한다. (···) 장미만 예쁠까. 나의 정원에 피어난 모든 꽃은 다 예쁘다. 나의 정원에 내가 심은 모든 꽃처럼, 이 우주에서의 나의 존재도 그 자체로 아름다울 것이라고 믿는다." (118-119p)

저자는 정원 디자인 일을 하면서 지켜온 큰 원칙 중 하나가 큰 나무를 옮겨 심지 않는 것인데 그 이유는 큰 나무가 들어서면 집을 압도할 가능성이 높고 식물의 자생력 측면에서도 힘들기 때문이라고 해요. 그런데 속초 집 정원을 리노베이션하는 과정에서 정말 크고 오래 묵은 모과나무를 한 그루 들이게 됐다고 해요. 굵은 가지를 만지다 보니 이 나무를 맨 처음 심었던 이는 누구였는지, 어떤 마음으로 이 나무를 어디에 심었는지, 그리고 주인은 몇 번이나 바뀌었는지가 궁금해졌다고, 이런저런 생각이 많아진 건 그냥 나무 한 그루를 심은 것이 아니라 백 년도 넘게 살아온 생명체의 시간을 함께 들여놓은 거라는 저자의 말이 무척 감동적으로 다가왔어요. 깊게 뿌리 내린 나무들이야말로 이 땅의 주인이고, 우리는 그 땅에 잠시 머물다 가는 손님인지도 모르겠네요. 기후 위기로 들썩이는 지구, 자연의 경고에 귀기울여야 한다고, 제각각 최선을 다하는 수많은 식물들에게 배워야 할 것 같아요.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꿋꿋하게 싹을 피워내듯이 우리도 힘을 모아 노력해야만 해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