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뭇잎 사이의 별빛
글렌디 밴더라 지음, 노진선 옮김 / 밝은세상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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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왜 진심을 표현하는 데 어려움을 느끼는 걸까요.

언제부터인지는 몰라도 감정을 억누르고 진심을 감추는 법을 먼저 배웠던 것 같아요.

달팽이의 여린 몸을 단단한 껍데기 안에 숨기듯이...

《나뭇잎 사이의 별빛》은 글렌디 밴더라 작가님의 장편소설이에요. 데뷔작 <숲과 별이 만날 때>를 읽고서 무척 신비롭고 강렬한 여운이 남았던 터라 이번에 두 번째 소설이 나와서 좋았어요. 역시나 주 무대는 숲이고, 상처 입은 사람들이 등장하는데 그 주인공이 바로 엘리스와 레이븐이에요.

아홉 살 소녀 엘리스는 자신만의 숲인 와일드 우드에 맨 처음 보낸 글은 '제발 돌아오세요.'였어요. 며칠이 지나도 원하는 결과는 일어나지 않았지만 엘리스는 계속 정성을 다해 편지를 썼어요. 어느덧 세 아이의 엄마가 된 엘리스가 숲을 찾았을 때 그녀가 쪽지에 적고 싶은 글은... 정신이 온통 거기에 꽂혀 있는 바람에 엘리스는 인생 최대의 실수를 저지르고 말았어요. 여기저기 뛰어다니는 쌍둥이 아들 리버와 재스퍼만 차에 태우고, 생후 두 달 된 딸 비올라는 깜박 잊고 주차장에 두고 온 거예요. 부랴부랴 왔던 길을 돌아갔지만 비올라는 사라지고 없었어요. 딸을 잃은 엘리스는 무책임한 엄마라는 낙인이 찍혀 폐인이 되고 나중엔 집을 떠나 혼자 숲으로 들어가게 돼요. 레이븐은 숲에서 엄마와 단둘이 사는 여자아이인데 우연히 숲에 놀러온 재키, 헉, 리스를 만나면서 새로운 세상을 경험하게 되면서 숲에서 고립된 생활을 벗어나고 싶어해요. 전혀 다른 삶을 살아가던 두 주인공이 숲이라는 공간에서 마주한 것은... 그건 책 제목처럼 나뭇잎 사이의 별빛이었다고 생각해요. 말할 수 없는 아픔과 상처, 그리고 슬픔이 어떻게 치유되는지 그 여정이 뭉클했네요.



"어떤 진실은 때로 모르고 지나가는 게 나을 것 같아."

"진심으로 서로를 아끼는 사람들이라면 그 아픔까지도 받아 안을 수 있어야지."

(···)

"혹시 지금 올 수 있어?"

"갈게. 가서 당신과 고통을 나누고 싶어."

"제법 많아. 당신이 감당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

"감당할 수 있어. 전부 다."

"알아."

"노을을 보려면 서두르는 게 좋아. 오늘 노을은 정말 근사할 거야."

"지금 출발할게."

(578-57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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