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견디는 기쁨 - 힘든 시절에 벗에게 보내는 편지
헤르만 헤세 지음, 유혜자 옮김 / 문예춘추사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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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표지를 보면 헤르만 헤세가 고양이를 쓰다듬으며 해맑게 웃고 있어요.

헤르만 헤세는 우리에게 일상의 곳곳에 작은 기쁨들이 얼마나 많이 흩어져 있는지, 그런 것들이 눈에 잘 띄지 않지만 마음 먹으면 누구나 찾을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어요. "사랑하는 친구들이여, 딱 한 번이라도 시도해 보라! 한 그루의 나무와 한 뼘의 하늘은 어디에서든 찾아볼 수 있다. 굳이 파란 하늘일 필요도 없다. 햇살은 어느 하늘 아래에서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아침마다 하늘을 쳐다보는 습관을 가지면 어느 날 문득 우리 주변을 에워싸고 있는 공기를 느끼고, 잠에서 깨어나 일터로 향하는 도중에도 신선한 아침의 숨결을 맛볼 수 있을 것이다. 매일매일이 새롭게 느껴지고, 심지어 집집마다 지붕 모양이 저마다의 개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도 눈에 들어올 것이다." (17p)

늘 그 자리에 있던 나무와 하늘을 바라보는 일이 뭐 그리 대단한 일인가 싶지만 허둥지둥 바쁘게 보낸 하루를 생각하면 '눈여겨다보는 일'이 가진 의미를 다시금 깨닫게 될 거예요. 단지 무엇을 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사소한 기쁨을 느끼는 순간들, 꽃의 향기를 맡는다거나 새소리를 귀기울여 듣는다거나 노랫말을 흥얼거리면서 얻은 작은 기쁨들이 하나하나 모여서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채워주고 있어요. 그럼에도 도저히 감내할 수 없을 정도로 어렵고 힘들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나는 가끔 생각한다. 저울이 균형을 잃어서 나쁜 시간을 감당해 내기에는 좋은 시간은 너무 조금 있으며, 너무 드물게 찾아온다고 말이다. 때로는 좋은 시간이 더 많이 늘어나고, 나쁜 시간은 줄어들어서 그 반대의 현상이 일어났다고 느끼기도 한다. (···) 힌든 시기에는 자연으로 나가서 수동적이 아닌, 적극적인 자세로 그것을 즐기는 것보다 더 좋은 약이 없다." (137-138p)

인간은 고통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에 삶을 견디는 기쁨이 필요해요. 다행인 것은 그 고통이 지속되지 않는다는 거예요. 다시 밝은 빛을 보고 싶다면 고통, 슬픔, 절망을 뚫고 나아가야만 해요. 헤세에게도 지옥 같은 시간이 있었고, 고통스러웠던 만큼 고독했고 그 고독이 독약과도 같았다고 이야기하고 있어요. 하지만 그 독성에 대한 저항력이 충분히 강해질 만큼 그것을 마신 뒤에는 독이 아니라 단지 고독이 변한 것임을 알게 됐다고 해요. "우리가 받아들일 줄 모르고 사랑할 줄 모르며 고맙게 받아 마실 줄 모르는 것은 모두 독이다. 그리고 우리가 사랑할 수 있고 우리의 삶이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은 모두 생명이며 큰 가치를 지니고 있는 것들이다." (232p) 아름다운 삶의 비결은 무엇일까요. 온기와 순수함, 사랑 그리고 유쾌함.

헤세는 유쾌함이 아름다움의 비결이며 모든 예술의 실체를 드러내는 본질이라면서 시인과 음악가들이 자신의 작품으로 신과 별들의 유쾌함을 함께 나누고 있다고 표현했어요. 때론 지옥 같은 삶이지만 기쁨과 밝음을 늘려간다면 유쾌하게 웃을 수 있는 날이 올 거예요. "고마운 마음으로 떠나야 한다. 이 땅의 한바탕 유희에서 세상은 우리에게 기쁨과 고통을 주었고 많은 사랑을 주었다." (307p) 삶은 결국, 우리가 그 삶을 대하는 마음가짐에 따라 천국과 지옥을 오가는 것 같아요. 《삶을 견디는 기쁨》은 헤르만 헤세가 우리들에게 전하는 삶의 지혜이자 고통을 잘 이겨내는 처방전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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