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붕어 룰렛
오윤희 지음 / 팩토리나인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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끓어오르는 증오, 복수를 위해서라면... 이게 전부가 아니라면 남은 진실은 무엇일까요.

세상에는 상상도 못할 범죄들이 일어나고 있어요. 가끔은 현실의 비극들이 모조리 소설이 되어서, '그건 소설이잖아.'라고 말했으면 좋겠다는 상상을 해요. 부질없는 생각인 줄 알지만 괴물들이 넘쳐나는 세상이 너무나 끔찍해서 도망치고 싶은 마음이었던 것 같아요. 근데 이 소설은 두 눈을 부릅뜨게 만드네요. 탐욕으로 가득차서 자신이 덫에 걸린 줄도 모르고 허우적대는 인간들의 추악한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어요. 이건 그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 여기, 우리들의 이야기라는 걸 깨닫게 될 거예요.

《금붕어 룰렛》은 오윤희 작가님의 장편소설이에요.

이 소설이 눈길을 끈 이유는 작가의 머릿속에서 탄생한 이야기가 아니라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방영된 충격적인 범죄 사건, 즉 실화를 모티브로 했기 때문이에요. 두 번의 살인 사건과 다섯 명의 용의자, 그리고 살인자를 추적해가는 형사들의 이야기가 빠른 호흡으로 전개되고 있어요. 도심 한복판에서 살해된 인물은 수백억 대 자산가인데 그를 죽이고 싶어하는 주변인들이 너무 많지만 다섯 명의 용의자가 추려졌어요. 시한폭탄 건물주 이선우, 본투비 배신의 화신이자 빈껍데기 신데렐라 한연주, 헌신적으로 일했으나 명예퇴직당한 백수 김민철, 빌라 세입자 송창건, 벼랑 끝에 내몰린 개미투자자이자 공시생 박서준이 차례로 등장하며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고 있어요. 살인 현장에서 발견된 증거들과 어긋난 국과수 감식결과, 도대체 누가 만든 함정인 걸까요. 아슬아슬하게 피해가는 살인자와 이를 쫓는 형사들을 따라가다 보면 도파민이 마구 분비되는 느낌이에요. 곳곳에 숨겨져 있는 지뢰처럼 고도의 트릭과 반전을 맛볼 수 있는 이야기라서 스릴러 영화를 보듯 한시도 눈을 뗄 수가 없었네요. 살인 사건에서 빼놓을 수 없는 돈, 치정, 원한, 복수까지 욕망을 자극하는 미끼와 그물에 걸려든 피해자들과 그들의 욕망을 가로채는 괴물들이 결국은 우리 주변에 살고 있는 평범한 사람들(로 보이는)이라는 진실을 마주할 때 가장 섬뜩한 공포를 느끼게 돼요.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서 야금야금 독을 삼키는 줄도 모르고 허겁지겁 배를 채우다가 파멸에 이르는 과정을 모두 지켜보고 나니, 처음엔 몰랐던 제목의 의미가 완벽하게 이해됐어요. 세상 가장 잔혹한 피날레가 무엇인지를 확인할 수 있을 거예요.


"배가 터져 죽는 줄도 모르고

주는 대로 계속 먹이를 받아먹는 금붕어처럼

탐하는 자는 계속 굶주릴 것이며, 취하는 자는 계속 찾게 될지니

재물을 사랑하는 마음이 결국 육신을 집어삼켰도다.

다오, 다오. 더 많은 꿀을 다오. 더 많은 피를 다오.

그렇게 나를 위해 지옥문을 활짝 열어다오." (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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