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조창인 지음 / 밝은세상 / 2007년 7월
평점 :
절판


 

가슴이 먹먹하다. 읽으면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답답하리만치 착한 아내, 상희를 보며 마음이 아팠다. 마치 오래 전부터 알고 지낸 친구의 일처럼 느껴졌다. 결혼 7년차 상희는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지 아는 아름다운 여자다. 그녀의 가식 없는 삶이 내 마음을 흔들었다. 소설이라고 하지만 우리네 삶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하다. 그래서 상희의 아픔이 고스란히 나를 아프게 했다. 왜 참고 있는거냐고 묻고 싶었다. 그냥 소리지르고 화내지 왜 바보같이 구느냐고, 사랑이 뭔지도 모르는 남자는 걷어차버리라고 말해 주고 싶었다. 하지만 그녀는 모든 걸 감싸 안았다. 상희처럼 결혼 7년차인 나는, 그녀가 존경스럽다. 나는 아마도 그녀와 같은 상황이라면 절대 그렇게 하지 못했을 것이다.

나에게 부부란 무엇일까? 사랑이란 열정보다는 믿음이란 온정을 나누는 사이라고 생각한다.

세월이 변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변한다는 말이 맞다. 감정은 변한다. 첫 만남의 설레임이 사라지고 결혼 생활이 일상적으로 느껴질 때, 부부 사이에 사랑해.라는 말보다 밥 먹었어?라는 말이 더 익숙해진다. 낭만보다는 현실이 앞선다. 서로의 존재가 얼마나 소중한지 가끔 잊기도 한다. 특히 남자들은 곧잘 잊는다. 자신이 그토록 사랑했던 사람이 누군지를. 관심이 늘 외부로 향해 있는 남자의 습관 때문에 정작 가까이 있는 파랑새를 놓치고 만다. 파랑새를 새장에 가둬 버리고 무관심해지면 파랑새는 죽고 만다. 우리의 파랑새는 사랑을 먹고 사니까.

부부 간에 절대 해서는 안 될 말이 있다. 아무리 화가 나더라도 서로에게 상처가 되는 말과 이혼하자는 말이다. 이런 말을 내뱉는 사람은 어리석은 사람이다. 신체의 상처는 시간이 지나면 아물지만 마음의 상처는 좀처럼 아물지 않는다. 내가 말하는 부부는 서로 간절히 사랑해서 결혼한 사람들을 말한다. 그냥 법적인 부부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요즘은 적당히 서로의 조건을 맞춰 결혼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들은 엄밀하게 말하면 부부가 아니다. 그냥 기혼자다. 그들은 살다가 문제가 생기면 고장난 가전제품을 처리하듯 쉽게 이혼 도장을 찍을 수 있는 사람들이다. 물론 이혼하는 사람들을 전부 비난하려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들이 정말 사랑을 했던 적이 있었다면 적어도 그 사랑을 기억하라고, 사랑했던 만큼 노력해야된다고 말하고 싶다. 결혼한 사람들은 누구나 느낄 것이다. 행복한 결혼 생활을 위해서는 부부 모두가 노력해야 된다는 것을. 상희는 말했다. 당신을 사랑하는 일이 단 한순간도 쉬웠던 적이 없다고. 그녀는 알고 있었다. 찬우의 사랑은 너무나 미숙하고 철없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그 힘겨운 사랑을 놓지 않았다. 진실함은 사람의 마음을 열게 한다. 오랜 시간이 걸릴지언정 열고야 만다. 찬우는 행운의 사나이다. 철없는 남편을 끝까지 받아주는 아내가 있으니까. 나는 아직도 화가 난다. 그토록 수모를 당하고도 참아내는 상희에게 화가 난다. 그녀가 내 친구였다면 난 분명히 이혼하라고 말했을 것이다. 이혼을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나지만 이번만큼은 어쩔 수 없다. 결혼 생활은 서로 노력하는 것이지 혼자 참아내는 것이 아니잖아. 그냥 깨끗이 그를 잊어. 그는 이기적인 사람이야. 사랑을 몰라.
결국 나 역시 그녀의 고집에 두 손 들었다. 그녀의 사랑은, 멈추고 끊어버릴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녀의 사랑은 그녀에게 전부였다. 아낌없이 주는 나무 같은 그녀를 생각하면 눈물이 난다. 나를 울게 만든 그녀에게 고맙다고 전하고 싶다. 결혼 생활의 소중함을 새삼 느끼게 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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