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 어디까지 알고 있니? - 꽃쟁이 혁이삼촌이 들려주는 풀꽃들의 새로운 비밀
이동혁 지음 / 이비락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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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으로 된 땅을 밟는 일이 어느새 특별한 일이 된 것 같아요.

콘크리트 세상에 익숙해져서 식물, 자연의 세계가 우리와는 동떨어진 것처럼 느껴지는 건 그만큼 무심해진 탓이겠지요.

《풀꽃, 어디까지 알고 있니?》는 꽃쟁이 혁이삼촌이 들려주는 풀꽃들의 새로운 비밀에 관한 책이에요.

이 책을 보면서 이토록 예쁜 풀꽃 친구들이 우리 곁에 있었다는 걸 새삼 발견하는 시간이었어요. 요며칠 짧은 봄을 느낄 수 있게 해준 꽃들을 보며 즐거웠던 걸 보면 아예 잊었던 건 아니에요. 다양한 식물을 만날 수 있는 자연 속으로 떠날 기회가 적었던 거죠. 아예 몰랐다면 그냥 지나쳤을 식물들이지만 새로운 풀꽃 친구들에 대해 소개해주는 책 덕분에 직접 만나고 싶은 마음이 생겼어요.

이 책에는 우리나라 산과 들, 물가와 바닷가, 심어 기르는 풀꽃으로 나눈 대표 풀꽃 51종과 닮은 풀꽃 95종 등 모두 146종에 관한 정보가 나와 있어요. 풀꽃 사진과 함께 이름, 과명, 학명, 서식지, 자라는 시기, 생김새 등 식물 특성 외에 기후 변화에 따른 생태계 현상과 식물 관련한 사회, 문화, 역사적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어요. 해당 식물과 비슷하게 생긴 식물을 같이 소개하고 있어서 잘 모르면 헷갈릴 수 있는 부분을 잘 설명해주네요. 특히 '그거 알아요?'라는 코너는 식물에 대해 새롭게 알려진 사실이나 식물의 비밀이 나와 있어서 흥미롭고 재미있어요. 저자도 처음엔 애기똥풀과 괭이밥을 구분하지 못해 한참이나 헷갈렸다고 해요. 노란색 꽃이면 무조건 애기똥풀이겠거니 하고 잎을 따보면 아무 액도 나오지 않아 꽃에 미안했는데 꽃잎이 네 장이면 애기똥풀이고 다섯 장이면 괭이밥이라는 것을 몰라서 매번 잎을 잘라 확인했대요. 사실 잎 모양도 애기똥풀은 깃 모양으로 갈라지고 괭이밥은 하트 모양으로 완전히 달라요. 저도 헷갈렸던 식물이라 피식 웃음이 났네요. 안도현 시인도 <애기똥풀>이라는 시를 통해 똑같은 마음을 고백했으니, 지금이라도 제대로 알아봐줘야겠어요. "나 서른 다섯 될 때까지 / 애기똥풀 모르고 살았지요 / 해마다 어김없이 봄날 돌아올 때마다 / 그들은 내 얼굴 쳐다보았을 텐데요 // 코딱지 같은 어여쁜 꽃 / 다닥다닥 달고 있는 애기똥풀 / 얼마나 서운했을까요 // 애기똥풀도 모르는 것이 저기 걸어간다고 / 저런 것들이 인간의 마을에서 시를 쓴다고." (99p)

동네 화단에서 흔히 봤던 닭의장풀이 요즘 도통 보이지 않아서 섭섭했는데 어쩌면 닭의장풀이 화상 치료에 쓰이고 파란색 천연염료로 쓰이는 걸 모르는 사람들이 그냥 잡초인 줄 알고 뽑아버린 게 아닌가 싶어 속상하네요. 모르면 잡초, 알고 나면 풀꽃 친구... 그래서 풀꽃들에 대해 알려주는 이 책, 꽃쟁이 혁이삼촌 이동혁님이 고마워요. 소중한 친구들을 우리에게 소개시켜줬으니 말이에요. 저자는 원래 물리학 전공자인데 국어국문학과를 복수전공하며 안도현 시인에게 '시 쓰기와 시 읽기' 수업을 받은 것이 계기가 되어 풀꽃나무의 이름 공부를 하다가 본격적인 식물 연구자의 길을 걷게 되었대요. 한국식물분류학회 학술회원으로 식물을 연구하고 기록하며 강의하고 글을 쓰는 야생화사진가이자 풀꽃나무 칼럼니스트, 국립수목원 현장전문가로 활동하고 있고, 풀꽃나무 동호인 사이에는 '혁이삼촌'이라는 닉네임으로 통한대요. 기후 변화로 인한 생태계 문제들, 우리가 당장 해결하지는 못해도 주변 식물들부터 관심을 가지고 바라본다면 달라질 거라고 생각해요. 풀꽃들에 관한 이야기를 알게 되면 친구가 될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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