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의 주인을 찾습니다 - 세상을 지배하기도 바꾸기도 하는 약속의 세계
김진한 지음 / 지와인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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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총선을 치르면서 민주주의 국가의 주인은 주권자인 국민임을 다시금 확인했네요.

그러면 법의 주인은 누구일까요.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답이 하나라고 생각했는데, 법에 대해 알아갈수록 단순한 질문이 아니었어요.

《법의 주인을 찾습니다》는 법학자 김진한님의 책이에요. 저자는 사법연수원 졸업 후 헌법재판소 헌법연구관으로 12년간 재직했고, 이후 인하대학교 로스쿨 조교수로 재직하던 중 40대 중반 나이에 독일 유학을 떠나 독일 연방헌법재판소에서 헌법재판 제도를 연구했고, 에를랑엔의 프리드리히 알렉산더대학에서 독일과 미국의 헌법재판을 비교한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고 하네요. 현재 법무법인 클라스한결(한결) 변호사로 일하며 헌법과 법 관련 저서를 집필하는 작가이기도 해요. 법을 주제로 한 책이라서 어렵고 딱딱한 내용인가 싶었는데, 지극히 현실적인 문제들을 언급하며 법의 본질을 이야기하고 있어서 쉽게 이해하고 몰입할 수 있었네요. 법은 어떻게 생겨났는지, 법을 아는 법과 읽는 법은 무엇인지, 법을 내 편으로 만드들고 좋은 법으로 좋은 나라 만드는 것에 대해 설명해주고 있어요.

2023년 여름, 수해지역에서 실종자 수색을 하던 해병대 병사가 급류에 휩쓸려 사망한 사건이 있었는데 잘못한 사단장이 처벌받기는커녕 도리어 수사 단장에게 황당한 혐의를 덮어씌운 것이 사단장을 봐주려는 권력의 외압 때문이라는 의혹이 제기됐어요. 그러는 동안 책임을 져야 할 지휘관들은 처벌 대신 상을 받았어요. 이 사건에 대해 저자는 법이란 피해자의 복수를 국가가 대신하는 것에서 비롯되었고, 적절한 처벌로 갚아주는 건 범죄자에게 괴로움을 주는 게 아니라 피해자와 피해자 가족의 아픔을 치유하는 데에 중점이 있다고 설명하고 있어요. 범죄자 처벌로 피해자의 아픔이 완전히 치유되진 않아도 발생한 범죄의 진실을 모두 밝히고 제대로 처벌하는 것이 치유의 출발점이며, 제대로 응징되지 않을 때 그 상처는 언제든 덧나고 헤집어지게 되어 나중엔 법을 집행하는 국가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진다는 거예요. 불행하게도 우리 사회는 끔찍한 참사에 대한 진상 규명과 처벌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비극이 반복되고 있어요. "책임질 것을 꼼꼼히 따져서 책임지게 하는 것이 이성이고, 법의 시원始原입니다." (31p) 대통령이나 법무부 장관, 경찰청장은 광화문에서 대규모 시민 집회가 열리거나 지하철이나 대형 병원 또는 주요 산업체의 노동자들이 파업할 때면 법치주의 원칙을 내세우고 있는데 , 이는 헌법적 자유를 실현하는 시민들을 진압하고 억압하는 핑계일 뿐, 법치주의 원칙이 아니예요. 법을 만들고 집행하는 권력자가 법치주의를 잘못 이해하는 것을 용납해서는 안 돼요. "법치주의 원칙이 지켜지는 것은 실정법을 지키는 노력보다는, 더 나은 법을 만들고자 하는 사람들의 노력에 달려 있습니다." (51p) 좋은 법을 베낄 수는 있어도 좋은 주인을 베낄 수는 없어요. 좋은 법을 만들기 위한 시민들의 참여와 나쁜 법과 법 해석을 발견하고 걸러내는 시민들의 논의 속에 법의 원칙이 진정한 역할을 할 수 있어요. 법의 원칙들을 알기 위해서는 이해력과 상상력이 필요하며, 유권자인 시민들은 주인의식을 가져야 해요. 스스로 법의 주인이 되고 법을 내 편으로 사용하라, 그것은 모두의 의무이자 권리라는 걸 배우는 시간이었네요. 마지막으로 우리 헌법 개정에 대한 저자의 여섯 가지 제안은 다함께 논의해봐야 할 내용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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