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제11회 교보문고 스토리대상 단편 수상작품집
김민경 외 지음 / 북다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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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인지 생시인지 분간이 되지 않는 몽롱한 순간에 진짜 멋진 꿈을 꿀 때가 있어요.

아쉽게도 정신 차리고나면 모두 사라지는 꿈이지만 그 여운은 늘 달콤했어요. 상상한 대로 모든 게 이뤄지는 꿈이었거든요. 내가 연출한 드라마가 상영되는 느낌인데 즐거운 기분 외에는 구체적인 내용이 기억나질 않아서 항상 궁금했어요. 어떤 이야기였을까요. 만약 소설을 쓰게 된다면 첫 번째 이야기는 그 꿈에 관한 내용을 쓰고 싶어요. 머릿속에 있지만 한 번도 끄집어낸 적 없는 신선한 이야기일 테니, 물론 기억해낼 수 있다면 말이죠.

《제11회 교보문고 스토리대상 단편 수상작품집》은 교보문고 스토리공모전 단편 부문에 선정된 다섯 작품이 수록된 책이에요.

2024년 출간된 따끈따끈한 신작을 읽으면서 신기했어요. 마치 타인의 머릿속을 들여다보듯이, 그들의 꿈 속 세상을 여행하는 느낌이랄까요.

처음 읽은 김민경 작가님의 <그 많던 마법소녀들은 다 어디 갔을까>에 나오는 마법소녀들 덕분에 잊고 있던 상상의 나래를 펼쳤네요. 특별한 능력 내지 마법을 사용할 수 있게 된다면 얼마나 재미있을까라는 가벼운 상상은 많이 해봤지만 진지한 마법소녀들을 보면서 누군가의 얼굴이 생각났어요. 묵묵히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통해 더 나은 세상을 만들고자 노력하는 사람, 그들이 숨어 있는 마법사가 아닐까 싶어요.

김호야 작가님의 <내림마단조 좀비>에서는 좀비라는 존재가 기존의 공포물과는 다른, 현실 세계의 약자를 떠올리게 한다는 점에서 인상적이었어요. 허물어진 몸뚱이, 비린내를 풍기는 슬픔으로 우울해지다가 마지막 문장에서 열린 가능성을 보았어요. 희망까지는 못 미치더라도 아주 작은 가능성이라도 붙잡고 싶게 만들었어요. 이리예 작가님의 <슬롯파더>에서는 슬로머신과 아버지의 존재가 굉장히 상징적으로 다가왔어요. 어둑한 현관에 트리처럼 반짝이는 네모난 슬로머신과 케이크가 있는 풍경이라니, 전혀 생각지도 못한 조합인데 그들의 이야기가 낯설지 않아서 놀라웠어요. 임규리 작가님의 <인형 철거>는 제목부터 호기심을 자극하더니 의외의 감정들을 확인시켜주는 독특한 이야기였어요. 김규림 작가님의 <문을 나서며, 이단에게> 에서는 인공지능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을 담아낸 작품으로 제목의 의미를 곱씹게 만들었어요. 개성 넘치는 다섯 작품이라 각기 다른 느낌으로 흥미롭고 재미있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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