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인간의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까? - 방송국 PD의 살아 있는 인문학
박천기 지음 / 디페랑스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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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인간의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까?》는 방송국 PD 박천기님의 책이에요.

저자는 30년 가까이 방송국 생활을 하면서 접했던 수많은 사람과 사건을 기록하다보니 작은 생각의 조각들이 모여 한 편의 글이 되고, 그 글들이 모여 한 권을 책을 내게 되었다고 이야기하네요. 왜 인간의 마음에 주목했을까요. 여기에 대해 저자는 이렇게 답하고 있어요.

"가장 가깝지만 먼 존재, 우리와 살을 맞대고 매일매일 투쟁하며 사랑하는 존재인 인간에 대해 우리는 너무나 무지하다. 그래서 니체에 따르면 우리는 우리 자신으로부터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존재이다. 관건은 거리를 좁히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마음을 읽는 것이다. 아니, 좀 더 정확히 인간의 마음을 가지는 것이다. 이쯤에서 '우주에서 우리는 혼자이거나, 혼자가 아니다. 두 가지 모두 똑같이 섬뜩하다'는 공상과학 소설가 아서 클라크의 말을 상기하자. 우리는 혼자가 아님에 외로움의 저주로부터 구원받았지만, 동시에 인간이라는 섬뜩한 괴물과 함께 살아야 하는 공포도 동시에 감내해야 하는 것이다." (7p)

공교롭게도 최근에 드라마 <기생수 : 더 그레이>를 시청한 다음에 이 책을 읽다보니 자꾸만 드라마의 장면들이 겹쳐져 보였네요. 하늘에서 뚝 떨어진 정체불명의 기생생물들이 처음에 무섭고 징그러웠는데, 나중엔 그 경계가 모호해졌어요. 인간이냐, 아니냐의 기준은 인간의 탈이 아닌 인간의 마음에 달려 있다는 걸 새삼 깨닫게 해준 드라마였어요. 주인공의 몸에 들어간 기생생물은 숙주가 죽을 위기에 처하자 공격을 멈추고 숙주를 살리느라 애쓰다가 지킬박사와 하이드처럼 몸을 나눠쓰는 사이가 됐고, 드라마 속에서도 '하이디'로 불리는데, 그 하이디가 주인공에게 전하는 메시지가 의미심장했어요. "좋든 싫든 너는 혼자가 아니다."

이 책에서는 인간의 마음을 주제로 한 다양한 이야기를 만날 수 있어요. 인간의 폭력성과 거리감, 자신에게도 진실을 말하지 않는 인간이란 존재, 잠들지 않는 욕망, 인간적인 공자의 모습, 인생의 의미, 역사의 승자, 신앙, 나이듦과 죽음에 대해 가볍고도 묵직한 사색의 시간을 가졌네요. 사회적으로 특정 이슈가 논란이 될 때 우리는 어떤 기준으로 판단해야 할까요. 주변에 휩쓸리지 않고 올바른 판단을 하려면 자신의 믿음조차도 질문과 의심의 대상으로 바라볼 수 있어야 해요. 지식의 많고 적음보다 전제되어야 할 건 역시 인간의 마음을 가지는 거예요. 근원으로 돌아가는 열정과 헌신이라는 양심이 없다면 그릇된 자기 확신과 독선에 빠지고 만다는 걸 알아야 해요.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는 <재림>에서 극단적인 양극화의 현상에 대해, "가장 나은 인간은 신념을 모두 잃어버렸지만, 가장 나쁜 인간은 열정이 넘친다." (76p)라고 했어요. 무능한데 자기 확신에 차 있고, 여기에 열정까지 더해진 리더를 떠올린다면 얼마나 최악의 상황인지를 짐작할 수 있을 거예요. 테러리스트와 독재자의 과잉 열정이란 비극 그 자체라는것. 인간은 언제든 괴물이 될 수 있고, 타인의 고통에 대한 상상력과 공감의 승리가 인간이 괴물이 되는 것을 막아주는 유일한 길이라는 사실을 잊으면 안 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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