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상자
김정용 지음 / 델피노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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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기심, 그게 없었다면 아무것도 몰랐을 거예요.

자신을 둘러싼 세계, 그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말이에요. '난 별로 궁금하지 않아'라고 생각하는 사람조차도 다음과 같은 상황이라면 주인공과 다르지 않은 선택을 했을 거예요. 단순히 호기심 때문만이 아니라 소름돋는 상황들이 올가미가 된 것 같아요.

"만약, 집 앞에 당신 이름이 적힌 붉은 상자가 놓여있다면······.

당신은 그 상자를 열어 보겠습니까?"

얼핏 당신에게 선택권이 있는 듯 보이지만 그렇지 않다는 걸 곧 깨닫게 될 거예요. 왜냐하면 이 소설의 첫 장을 펼치는 순간 멈출 수 없을 테니까요.

이 소설은 이상하고 기묘한 가위바위보를 반복하는 꿈을 꾼 최도익이라는 남자의 이야기로 시작되고 있어요. 경찰공무원을 준비 중인 스물일곱 살 청년 도익은 뒤숭숭한 꿈을 꾼 다음 날에 문 앞에 놓인 붉은 상자를 발견했는데, 그 상자 안에는 검은색 쪽지 한 장이 들어 있었어요. 하필이면 중요한 시험 날 아침에 송장도 붙어 있지 않은 의문의 붉은 상자가 그곳에 놓여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도익은 망설임 없이 상자를 열었고, 그 쪽지에 적힌 글을 읽고나서야 찝찝한 기분을 느꼈고 불길한 징조라는 걸 예감했어요. 역시나 그 뒤에 이어진 사건들은 모두 붉은 상자와 관련이 있어요. 도익 말고도 붉은 상자를 받은 사람들이 있었고, 개별적으로 보였던 사건들은 점점 하나를 향하게 되면서 그 비밀이 밝혀지는데······

과연 누가 붉은 상자를 만들었고, 특정한 사람에게 보냈으며, 그 사건들이 일어났는지, 줄줄이 이어지는 궁금증 때문에 끝까지 몰입하게 되는 이야기였어요. 고조되는 장면에 이르러서야 도익이 꿨던 꿈, 모두가 계속해서 주먹만 내는 가위바위보 게임이 지닌 의미를 곱씹게 되었어요. 가위는 보자기를 이기지만 바위에 지고, 바위는 가위를 이기지만 보자기에 지고, 보자기는 바위를 이기지만 가위에게 지고, 서로 같은 것끼리 만나면 비긴다는 지극히 단순하고 간단해 보이는 법칙에서 상상도 못할 변수를 찾아낸 저자의 능력에 감탄했네요. 무엇보다도 꿈과 현실 사이를 오가는 스펙타클한 모험을 한 것 같아요. 영화나 드라마로 만들어졌다면 인기 1순위로 단번에 올랐을 것 같은, 그만큼 흥미롭고 위험한 이야기네요. 김정용 작가님의 《붉은 상자》를 당신에게 전해주고 싶네요. 당연한 얘기지만 받는 순간 당신의 선택은, 무조건 읽게 될 테니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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