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하라 죽이기 - #퍼뜨려주세요_이것이_진실입니다
도미나가 미도 지음, 김진환 옮김 / 라곰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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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세상이 너무나 위험해졌어요.

자신의 SNS에 무심코 올린 글이나 사진이 익명의 누군가에겐 먹잇감이 되어 물어뜯기는 일들이 흔해졌어요. 반대로 특정인을 괴롭힐 목적으로 게시물을 올려서 악플러들을 위한 먹잇감을 투척하는 경우도 있어요. 자극적인 내용일수록 빠르게 퍼지고, 무분별하게 추측성 게시글과 악의적인 댓글이 쏟아지면 진흙탕 싸움을 구경하는 무리들이 늘어나면서 논란의 이슈가 되는 거예요. 과거에는 연예인이나 공인들이 주로 겪는 일이었다면 요즘은 사람을 가리지 않는 것 같아요. 여기서 가장 무서운 건 나만 아니면 된다는 이기적인 심리인 것 같아요.

"히카루 씨는 지금 무척 커다란 문제에 휘말려 있어요. 디지털 타투라는 말 들어봤나요?

다른 사람들의 악플로 평생 남을 만한 상처를 입는 걸 말해요." (220p)

《A하라 죽이기》는 도미나가 미도의 장편소설이에요. 이 소설의 주인공 아이하라 히카루는 하르모니아 호텔의 웨딩 플래너로 일하고 있는 평범한 직장인이에요. 퇴근 후 집에서 온라인 게임을 즐기며 스트레스를 풀고, 게임 친구들과는 온라인에서만 5년 넘게 어울리며 소소한 일상을 보내던 아이하라가 하루아침에 나쁜 X 가 된 건 SNS 때문이에요. 디지털 마녀사냥의 피해자가 된 아이하라를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분통이 터지더라고요. 아무런 잘못도 없이 욕 먹는 것도 억울한데 정작 문제를 일으킨 사람은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간 거예요.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하지?'라는 의문이 들다가, 그 내막을 알게 된 다음에는 소름이 돋았네요. 이래서 피해자가 더 많은 고통에 시달리다가 죽음에 이르는구나 싶었어요. 몰래 비리를 저지르는 사람들이나 익명으로 악성댓글, 악플을 다는 사람들, '나만 아니면 돼.'라며 방관하는 사람들까지 전부 나빴어요. 본인의 행동이 얼마나 주변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고, 고통을 주는지 모르거나 모른 척 하는 사람들로 인해 우리 사회가 병드는 거예요. 하르모니아 호텔의 속사정, "한마디로 낙하산이야.", "고작 그런 이유로 ······." (196p)라는 장면을 보면서, <작은 연못>이라는 노래 가사가 떠올랐어요. 어릴 때는 동요인 줄 알고 흥얼거렸는데 나중에 그 의미를 알고서 뒷골이 서늘해졌거든요. 비리가 쌓이고 문제를 자꾸 덮다보면 그 조직은 누구도 일하고 싶지 않을 테고, 결국 붕괴되고 말겠지요. "깊은 산 오솔길 옆 자그마한 연못엔 / 지금은 더러운 물만 고이고 아무것도 살지 않지만 / 먼 옛날 이 연못엔 예쁜 붕어 두 마리 / 살고 있었다고 전해지지요 깊은 산 작은 연못 / 어느 맑은 여름날 연못 속에 붕어 두 마리 / 서로 싸워 한 마리가 물 위에 떠오르고 / 여린 살이 썩어들어가 물도 따라 썩어들어가 / 연못 속에선 아무것도 살 수 없게 되었죠 / 깊은 산 오솔길 옆 자그마한 연못엔 / 지금은 더러운 물만 고이고 아무것도 살지 않죠."

다행스러운 점은 우리 사회가 고여 있는 작은 연못이 아니라 거대한 강과 같다는 점이 아닐까 싶어요. 막히고 고여서 썩은 부분들이 있다고 해도 맑고 깨끗한 물줄기가 흘러가면서 정화시킬 수 있으니까요. 아이하라 곁에서 진심으로 도와준 사람들, 바로 그들 덕분에 세상은 살 만한 것 같아요. 좋은 세상을 바라기만 할 게 아니라 나부터 좋은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나름 결심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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