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히면 산다 - 검찰 수사관의 미집행자 검거기
최길성 지음 / 위시라이프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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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히면?" 그 다음 말은, 아마도 "죽는다!"라고 답할 거예요.

누군가에게 쫓기는 입장이라면 잡히지 않는 것이 살 길이라고 생각했을 거예요. 근데 "잡으면 산다."라니 무슨 말인가 싶었는데 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네요. 범죄미스터리 느낌을 솔솔 풍기는 이 책은 소설이 아닌 실화를 다룬 에세이예요.

저자는 23년간 검찰 수사관으로 일하면서 여러 업무 가운데 형 집행업무에 관한 이야기를 우리에게 들려주고 있어요. 현장에서 일하는 검찰 수사관의 치열한 검거 과정 속에 미집행자의 사연들을 만날 수 있어요. 형 집행업무라는 것은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다가 법원 판결을 통해 징역, 금고, 구류 등 형이 확정됐는데 도주하거나 잠적한 피고인들을 잡아서 교도소에 넣는 일이라고 해요. 수사기관에서 불구속으로 기소되면 재판이 다 끝난 줄 알고 재판에 출석하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판결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다가 실형이 선고되어 교도소에 가는 사례도 있다고 하네요. 검찰 수사관이 추적하고 검거하여 교도소에 보낸 사람을 부르는 공식 명칭이 미집행자인데, 통계적으로 매해 전국적으로 대략 4천 명 정도의 자유형 미집행자가 생겨난다고 해요. 그 많은 미집행자를 전국에 분포해 있는 약 50여 명의 형 집행 담당 수사관이 추적하고 검거하는 일을 하고 있다니 놀랍네요. 여기서 더 놀라운 사실은 법원의 출두 명령을 받고도 법원에 출석하지 않아 징역형이나 금고형이 선고되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는 거예요. 벌을 피해 무조건 도망 다니는 것이 능사가 아닌데 나중에 잡히고 나서야 알게 되는 안타까운 경우가 있네요.

저자는 주로 기록을 통해 다른 사람들의 삶을 보게 되는데 미집행자들의 과거를 살피다보면 종종 가슴 아픈 사연들을 접하게 된다고 해요. 법을 집행하는 입장이지만 검거한 사람들에게 진심 어린 위로와 조언을 건네는 그 마음이 무엇인지 조금 알 것 같아요. 사람 사는 세상에서 그래야 사람 사는 맛을 느낄 수 있는 게 아닌가 싶어요. 낯선 직업의 세계라고 여겼는데 자세히 들여다보니 결국 사람 일은 다르지 않다는 걸 느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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