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험의 서 - AI 시대, 무엇을 배우고 어떻게 살 것인가
손태장 지음, 김은혜 옮김 / 위키북스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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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험의 서》는 판타지소설은 아니지만 꿈과 모험에 관한 특별한 이야기를 담고 있어요.

만화 속 한 장면 같은 표지 분위기와는 달리, 'AI 시대, 무엇을 배우고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지극히 현실적인 부제가 달려 있어서 처음엔 고개를 갸우뚱했어요. 근데 첫 장을 펼치는 순간, '아하, 이것이 진짜 모험이구나!'라고 느꼈어요. 그동안 '모험'이라는 단어를 너무 한정된 영역에 가둬 둔 탓에 우리 인생에서 진짜 모험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잊고 있었네요.

저자는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인 모비다 재팬의 창업자 손태장이며,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의 동생이자 재일 한국인 3세라고 해요. 그가 이 책을 쓰게 된 결정적인 동기는 한국에서 만난 아이들의 얼굴 때문이라고 해요. 한국의 교육 시스템이 세계적으로 앞서 있다는 평가를 자주 들어서 직접 교육 현장을 방문했을 때, IT 활용 수준이 높은 점에는 감탄했으나 그곳에서 공부하는 아이들의 표정이 물에서 건져 올려져 생기 잃은 물고기처럼 보여서 무척 충격을 받았다고 하네요. "배움은 원래 즐거운 것인데 왜 학교 공부는 재미가 없을까? 인생은 원래 행복한 것인데 왜 항상 불안을 느끼며 살아가야 할까?" (10p)라는 의문의 답을 찾기 위해 여행자가 되어 탐구했고, 그 내용들을 모아 한 권의 책이 완성된 거예요.

이 책은 모두 다섯 장으로 이루어졌고, 각 장마다 질문의 답을 찾아 떠나는 모험을 통해 놀라운 인물들과 이야기를 만날 수 있어요.

"학교란 무엇일까?, 왜 학교에 가지?, 왜 다들 공부하라고 할까?, 왜 좋아하는 일만 하면 안 돼?, 그럼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우리가 당연하다고 여겼던 일들이 정말 당연한 것인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어요.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근거에는 불안과 강박관념이 깔려 있어서 사람들의 마음을 황폐하고 예민하게 만들 때, 이러한 세상을 디스토피아라고 하는 거예요. 아무 생각 없이 세상의 흐름에 휩쓸려 가고 있다면 자신이 디스토피아를 만들어가는 데 일조하고 있는 거예요. 반대로 이 모험 속에서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키워간다면 세상은 바뀔 수 있다는 거죠. 우리 아이들에게 진심을 담아 "세상은 스스로 바꿀 수 있다." (317p)라고 말한다면 진짜 그 말을 믿느냐는 질문이 되돌아올지도 몰라요. 이럴 때 만나야 할 사람이 브라질의 교육자이자 사회활동가인 파울루 프레이리예요. 그는 교육문화국에서 가난한 사람들의 지원과 교육을 담당했는데 빈곤한 사람들에게는 특유의 내향적인 성격, 즉 배우지 못한 것에 대한 콤플렉스로 우울감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먹고사는 데 급급해 읽고 쓰기의 중요함을 인지하지 못한 사람들은 지배자의 영향을 받아 스스로를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이른바 '침묵의 문화'가 형성되므로 이를 극복할 방법으로 문맹자를 위한 독자적인 교육을 펼쳤대요. 프레이리는 단순히 읽고 쓰는 교육이 아니라 대화에 기초한 배움을 지원하는 역할에 충실했다고 해요.

"저들은 지금 대화를 통해 스스로 배우고 있다는 걸 깨달으며, 자신들이 얼마나 억눌려왔는지 자각하는 길을 걷고 있어. 인간화의 프로세스를 밟지 않으면 그들이 세상을 스스로 바꾸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걸세. '무엇을 배울 것인가?(what)'와 '어떻게 배울 것인가?(how)'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왜 배우는가?(why)'가 가장 중요해. 그리고 그것은 그들이 처한 현실을 정면으로 마주하게 하지. 자신들이 사는 세상을 바꾸기 위해서는 자신들의 문제의식에서 태어나는 대화가 가장 중요하니까." (321p)

교육으로 사람들을 해방시키고 인간성 회복에 평생을 바친 프레이리는 세상과 대립하기를 두려워하지 말고, 대화를 통해 자신을 바꾸면 상대가 바뀌고 사회가 바뀌는데, 이것이야말로 세상을 바꾸는 마법이라고 알려줬어요. 저자는 우리에게 자신의 삶을 통해 자신이 살아온 의미의 변천을 보여주는 것이 배움이자 교육이며 잘 사는 것이고, 공공의 이익이자 인생을 걸고 뛰어들만한 일이라고 이야기하고 있어요. 손태장의 《모험의 서》에서는 세상에 흩어져 있는 모험의 서들을 소개함으로써 우리 모두에게 모험을 떠날 수 있는 용기와 지혜를 전해주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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