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의 일생 - 오늘이 소중한 이야기 (양장본), 2024년 데즈카 오사무 문화상 단편상 수상작 오늘을 산다 1
마스다 미리 지음, 박정임 옮김 / 새의노래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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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다 미리 작가님의 <누구나의 일생>은 갓 지은 따끈한 밥상 같은 책이에요.

사실 작가님의 이름이 익숙해서 읽었던 책이 있었나 싶었는데 이번이 처음이더라고요. 근데 오래 알고 지낸 친구의 이야기처럼 편안해서 그냥 좋아졌어요. 평범한 사람들의 '오늘'을 소중하게 여기며 그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작가님이라는 소개글이 있는 그대로를 표현했구나 싶었어요.

이 책에서는 30대 만화가 쓰유쿠사 나쓰코가 주인공이에요. 도넛 가게에서 일하는 일상으로 시작되고 있는데 사람들을 껌으로 비유하는 상상이 재미있어요. "초등학교 1학년은 새 껌이고, 나이가 들면 맛이 점점 얕아지고... 나도 이제 미미한 맛. 정말 그런 걸까? 여러 가지 것들을 잊어버리지만 그 대신 남은 기억들은 압축되어 단단해진다. 얕아지는 건 아닌 것 같아. 오히려 맛이 점점 짙어지는 게 아닐까...... 좋아!" (10-11p)

마스다 미리 작가님이 그려낸 주인공 쓰유쿠사의 직업이 만화가라서 도넛 가게 일이 끝난 뒤 집에서는 자신이 그린 만화 내용이 나오는 것도 독특한 것 같아요. 머릿속으로 생각하며 중얼거리는 쓰유쿠사의 모습에서 만화가로서 그 생각을 만화로 그리는 과정이 뭔가 마트료시카를 보는 느낌이랄까요. 쓰유쿠사가 그린 만화 속 주인공인 하루코는 화과자 가게에서 일하면서 껌과 인생을 떠올리고 새로운 생각을 곁가지로 뻗어가는 것이 흥미롭네요. 그래서 이 책을 보는 내내 마스다 미리 작가님과 쓰유쿠사 나쓰코, 그리고 하루코, 후유코, 고양이, 소금쟁이 등등 여러 입장에서 생각해볼 수 있었네요.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기, 이건 쉬운 것 같지만 결코 쉽지 않아서 꾸준히 노력하는 일이에요. 누군가의 일상 이야기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좋은 공부가 되는 것 같아요. 각각 개별적인 에피소드인데도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일상 속 이야기라서 전혀 이질감 없이 하나의 이야기로 느껴지면서 소소한 깨달음을 주네요. 첫 장면에서 마트료시카를 떠올렸는데, 쓰유쿠사 나쓰코도 자신의 만화 속 하루코가 '나'라는 존재에 대해 고민하면서, "나이든다는 것이 예컨대 마트료시카처럼 수많은 자신이 더해지는 것이라면 그렇게 더해져 온 자신을..." (91p)라고 생각해서 신기했어요. 굉장히 다양하고 많은 생각을 하는 것 같지만 대부분 겹치고, 그래서 통하기도 한다는 게 즐겁네요. 이것이 마스다 미리 작가님의 매력인가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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