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굴 죽였을까
정해연 지음 / 북다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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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굴 죽였을까》는 정해연 작가님의 장편 미스터리 소설이에요.

살인 사건으로 죽음을 맞이한 사람들은 자신이 왜 죽어야 했는지, 너무나 억울할 것 같아요.

이 소설은 현재 벌어진 살인 사건을 통해 과거의 진실을 파헤치고 있어요.

"그를 진정으로 공포에 몰아넣은 것은 바로 '9년 전'이라는 단어였다.

9년 전 삼인방이 벌인 일 중 죽음으로 갚아야 할 정도의 일은 하나뿐이었다.

9년 전 그 가을날, 야영을 왔던 학생을 죽이고 만 일." (69p)

삼인방 중 한 명이 죽었고, 죽은 피해자 입안에는 "9년 전 너희 삼인방이 한 짓을 이제야 갚을 때가 왔어." (45p)라는 종이가 들어 있었어요.

예고 살인의 피해자는 선량한 사람이 아니라 과거에 저지른 잘못이 명백한, 나쁜 사람이에요. 하지만 죄를 졌다고 해서 죽어도 마땅하냐고 묻는다면 망설여질 수밖에 없어요. 심적으로는 동의하면서도 다른 한 편에선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방식의 보복이 잔인하게 느껴지기 때문이에요. 한국의 현행법은 사형을 법정 최고형으로 두고 있지만 1997년 이후 사형이 집행되지 않았고 실질적으로 폐지가 된 상황이에요. 그럼에도 흉악 범죄가 발생할 때마다 사형을 부활하자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인간이기를 포기한 자에 대한 분노 표출이라고 볼 수 있어요. 흔히들 사형제가 범죄를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대부분의 사회과학 연구에 따르면 사형제는 범죄 예방 효과가 없는 것으로 확인이 되었어요. 더군다나 사형수 중에는 무죄가 밝혀져 석방되는 사람도 있으니 억울한 죽음을 만들지 않는 것이 옳은 방향일 거예요.

이 소설에서는 9년 전 살인을 저지르고 은폐한 삼인방이 차례대로 살해당하는 과정을 보여줌으로써 9년 전 죽은 학생이 누구인가를 궁금하게 만들고 있어요. 시신을 찾지 못했기 때문에 실종으로 처리된 불운의 학생에 대해 정작 삼인방은 아무것도 몰랐고 아예 관심조차 두질 않았어요. 어찌보면 그들은 9년 동안 잘 먹고 잘 살아왔는데, 갑자기 살해 위협을 당하자 불안에 떨면서 일말의 죄책감을 느낀다는 것이 쉽게 이해되지 않았어요. 살인 피해자는 자신의 소중한 삶을 잃었고, 피해자 유족들은 감히 상상도 못할 고통으로 삶이 망가졌다는 것을 우리는 잊고 있었네요. 소설은 바로 그 점을 상기시키고 있어요. 그래서 '누가' 죽였느냐가 아니라 '누구를' 죽였는지를 계속 묻고 있어요. 남의 눈에 눈물내면 자신은 피눈물을 흘리게 된다는 말이 떠오르네요. 과거의 기억에서 잊혀진 익명의 누군가를, 이제는 한 사람의 이름으로 기억해내는 일, 그것이 왜 중요한지를 다시금 생각하게 만든 작품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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