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과 회복 - 트라우마를 겪는 이들을 위한 정의
주디스 루이스 허먼 지음, 김정아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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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과 회복》은 트라우마 연구의 거장으로 손꼽히는 주디스 루이스 허먼 교수의 책이에요.

미국 하버드대학 의과대학 정신의학교 교수인 저자는 '폭력 피해자 프로그램'을 공동으로 설립해 30년 넘게 책임자로 일하며 '여성 정신 건강 모임'을 공동을 창설했다고 해요. 이 책은 허먼의 '트라우마 연구' 3부작 중 마지막 단계이며, 트라우마 회복은 공동체 차원에서의 진실 인정과 정의 바로 세우기를 통해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어요. 저자는 지난 50년간 트라우마 생존자들에게 귀를 기울이고 그들의 이야기를 증언하는 작업을 했는데, 이번에 수집한 증언들의 출처는 아동기 성 학대, 성폭행, 성매매, 성희롱, 가정 폭력 생존자(단일 또는 중복) 여성 스물여섯 명과 남성 네 명이며, 생존자들이 정의를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고 해요. 생존자는 회복되기까지 정의에 대한 수많은 질문에 직면하게 되는데, 이들의 생각을 밝히는 것이 모두를 위한 정의로 나아가는 길이라고 설명하고 있어요. 원래 생존자 본인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사회가 당연히 알아야 할 것 같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기 때문에 저자의 경청이 급진적 조치가 될 수 있다는 거예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고 싶어 하지 않는 진실이기에 어렵고 힘들지만 생존자에게 직접 묻고 그들의 목소리를 듣는 노력이 필요한 거예요. 제보자들의 증언에서 얻어낸 정의의 비전들이 생존자들이 갖고 싶어하는 진실과 정의라는 것, 그 진실에 대한 공개적 인정이 정의의 출발점이라는 것이 중요해요. 생존자가 혼자 가해자에게 책임지게 하는 건 불가능하며, 이것을 생존자만의 책임으로 만들어서도 안 된다는 것이 윤리 공동체의 과제인 거예요. 공동체가 생존자들을 원 상태로 복구하려면 어떤 방법이 있는지를 찾고, 다시는 폭력과 착취가 자행되지 않도록 예방하기 위한 노력이 지속되어야 해요. 회복적 정의 주선자가 해야 할 일은 가해 당사자의 행동에 대한 공동체의 비난 의견을 대변하고 마땅한 피해 보상을 요구하며, 가해 당사자와 피해 당사자 양쪽 모두에게 존중과 공감을 표하는 거예요. 생존자에게는 진실을 통과해 회복에 이르는 과정, 윤리 공동체로부터 인정받고 옹호받고 사죄받고 보상받는 과정이 필요한데, 이러한 과정을 공동체가 잘 완수했을 때 비로소 공동체와 생존자 사이의 망가진 관계가 치유되고, 신뢰가 회복되며 더 나은 종류의 정의가 이루어질 수 있어요. 민주주의 사회에서 신뢰와 정의의 토대가 바로 서야 한다는, 이토록 명확한 사실이 왜 우리에게는 힘든 과제가 되었는지를 돌아봐야 할 것 같아요. 자꾸만 '진실과 회복'이라는 단어가 입가에 맴도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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