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마지막 기회일지도 몰라 - 히치하이커와 동물학자의 멸종위기 동물 추적 프로젝트
더글러스 애덤스.마크 카워다인 지음, 강수정 옮김 / 현대문학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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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마지막 기회일지도 몰라》라는 책 제목이 낯설지 않았어요.

누구의 책인가 봤더니, 유명한 작가님과 세계적인 동물학자의 조합인 거예요. 두 사람의 접점은 멸종위기에 처한 '아이아이'라는 여우원숭이였어요.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의 저자인 더글러스 애덤스는 1985년 우연히 어느 잡지사의 의뢰로 세계적인 동물학자인 마크 카워다인과 함께 '아이아이'를 찾아 마다가스카르에 가게 됐고, 이 놀라운 첫만남을 계기로 두 사람의 멸종위기 동물 추적 프로젝트가 시작된 거예요.

사실 좀 충격적인 건 이 책이 나온지 30년이 넘은 지금 우리의 현실이 아닐까 싶어요. 멸종위기 동물 목록이 점점 늘어나고 있으니 말이에요.

<이기적 유전자>의 작가이자 진화생물학자, 동물행동학자인 리처드 도킨스은 서문에서, "더글러스 애덤스와 마크 카워다인이 만나러 나섰던 멸종위기 동물들 가운데 최소한 하나는 이 책이 처음 나오고 20년 사이에 완전히 자취를 감춘 것처럼 보인다. 우리는 이제 양쯔강돌고래를 볼 마지막 기회를 잃어버렸다. (···) 그리고 이 세상은 더글러스 애덤스가 없어서 더 가난하고 암울하고 쓸쓸한 곳이 되었다. (···) 공들여 만든 진화의 걸작들이 얼마나 순식간에 파괴되고 잊히는지, 자신의 눈으로 직접 확인했다. 그리고 그걸 막기 위해 노력했다. 이제 우리가 그래야 한다. 다시 없을 괴짜 호모사피엔스를 기리기 위해서라도. 이번만큼은 호모사피엔스라는 종의 명칭이 참 적절하다는 생각이 든다." (18-21p) 라고 했는데, 우리가 왜 이 책을 읽어야 하는지를 명확하게 짚어주고 있어요.

이 책의 원제는 《 Last Chance to See 》 이며, 이 지구상에 얼마 남지 않은 마다가스카르섬의 아이아이 여우원숭이부터 코모도섬의 코모도왕도마뱀, 아프리카 자이르의 실버백마운틴고릴라와 북부흰코뿔소, 뉴질랜드의 카카포, 중국의 양쯔강돌고래, 모리셔스 · 로드리게스 섬의 로드리게스큰박쥐를 소개하고 있어요. 안타깝게도 현재 양쯔강돌고래는 멸종됐고, 북부흰코뿔소도 암컷 두 마리밖에 남지 않았다고 해요. 전 세계에서 멸종위기에 처한 동식물이 200만 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어요. 주요 원인은 인간 활동 때문인데, 더글러스 애덤스는 그 인간을 가리켜 '작대기를 좋아하는 원숭이'로 비유했네요. 그나마 명맥을 유지하는 동식물들의 공통점은 인간이 들어가지 못한 섬에 서식한다는 거예요. 하지만 인간이 가지 못하는 곳이 거의 없다보니 생물 다양성은 감소되고 위협받는 상황이 되었네요. 우리 주변의 동식물들이 사라지고 있고, 그 다음 사라지는 존재는 바로 우리가 되겠죠. 어찌보면 심각하고 무거운 주제일 텐데, 더글러스 애덤스 작가 특유의 유쾌함이 첨가되어 술술 읽었네요. 1989년 방송된 동명의 BBC 라디오 멸종위기 동물 다큐멘터리를 유튜브에서 찾아 볼 수 있는데 꽤 흥미롭고 재미있어요. 세상에 우리 말고도 다양한 동물들이 존재한다는 걸, 또한 이들의 존재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는 계기가 되었네요. 마크의 마지막 한마디처럼 우리가 이들에게 관심을 기울이고 지키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이유는 "그들이 없으면 이 세상은 더 가난하고 더 암울하고 더 쓸쓸한 곳이 될 것이기 때문" (350p) 이에요. 이미 골든 타임은 째각째각 줄어들고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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