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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드롭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4년 1월
평점 :
"여행을 떠날 때면 나는 언제나,
꼬맹이로 돌아가는 기분이다." (24p)
《여행 드롭》은 에쿠니 가오리 작가님의 신작 에세이예요.
하늘빛 바탕에 반짝이는 별빛, 그 아래 달려가는 기차의 모습을 담은 표지를 보면서 마음이 설렜어요. 저한테 여행은 설렘이라서 그에 관한 책을 보고만 있어도 똑같은 감정이 느껴지더라고요. 사실 에쿠니 가오리 작가님의 여행 에세이라서 더 반가웠던 것 같기도 해요. 뭔가 에쿠니 가오리 작가님의 글은 일상의 소소한 것들을 반짝반짝 빛나게 만드는 힘이 있거든요. 미처 몰랐던, 제대로 알아차리지 못했던 마음들을 새롭게 발견하게 되더라고요. "어렸을 때 본 그림책 속의 싸늘하고 파란 하늘과 언덕 아래 동네의 불빛이 내 안에 되살아나고, 잃을 것이 없었던 그 시절의 불온한 가벼움과 야만적인 용기도 되살아난다. 여행을 떠날 때면 나는 언제나, 꼬맹이로 돌아가는 기분이다." (24p) 라는 문장을 읽으면서 잊고 있던 꼬맹이 시절의 기억이 떠올랐거든요. 먼 친척뻘 집에 놀러갔다가 뭣 때문인지는 모르지만 혼자 집으로 돌아오던 그 길, 그때 약간의 두려움과 흥분이 제딴에는 용기였던 것 같아요. 여행이라고 하기엔 너무 짧은 여정이지만 꼬맹이에겐 모험이라고 할 수 있는 특별한 순간이었거든요.
"여행을 좋아하는데도, 여행에서 돌아오면 반갑고 안도하는 것은 왜일까.
(···) 규슈나 홋카이도, 미국이나 유럽 등, 여행을 좋아해서 아무튼 어딘가로 떠나고 싶고, 실제로 반복해서 떠나 보고 듣는 것, 만나는 사람, 먹는 음식 모든 것에 마음을 빼앗겨 벅찬 가슴으로 역이든 공항에서 여행 가방과 함께 돌아오면 집이 아직 거기에 있고, 게다가 여전히 그곳이 내가 있을 곳이라 놀랍다. 여행에서 돌아올 때마다 반갑고 안도하는 것은 매번 그 사실에 감동하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154-156p)
정말 딱 이 마음이라서 엄청 공감했어요. 여행 전에 설레고, 여행하면서 즐거웠다고 해도 결국엔 집에 돌아올 수 있어서 기쁘고 행복했거든요. 여행을 가는 이유는 일상에서 벗어나려고 집을 떠나는 것인데, 여행의 목적이 집으로 돌아오기 위해서라고 말하면 좀 모순되지만 그게 진심인 걸요. 사실 여행 자체가 주는 온갖 경험과 매력에 대해서는 무슨 설명이 필요하겠어요. 좋으니까 다들 여행을 떠나는 거죠. 암튼 여행에 관한 글을 읽다보니 이런저런 여행의 추억과 앞으로 떠날 여행에 대한 기대들이 몽글몽글 떠올라서 좋았어요. 본책과 함께 온 예쁜 필사 다이어리는 2024년의 행복한 순간들을 기록하고, 에쿠니 가오리 작가님의 문장들을 필사하며 알차게 써보려고 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