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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의 공포, 사라지는 한국 - 아이가 있는 미래는 무엇으로 가능한가 ㅣ 내 인생에 지혜를 더하는 시간, 인생명강 시리즈 21
정재훈 지음 / 21세기북스 / 2024년 2월
평점 :
올해 초등학교 1학년 입학생이 단 한 명도 없는 초등학교가 전국 157개교인 것으로 집계됐다고 하네요.
그동안 신입생이 없는 초등학교 수는 2021년 112곳에서 2022년 126곳을 거쳐 2023년 149곳으로 빠르게 증가해왔다는 뉴스를 보면서 대한민국의 저출산이 예상보다도 훨씬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을 체감하게 됐네요. 2023년 연간 출산율이 0.72명이었는데 올해는 0.6명대로 떨어질 것이 확실시되고 있어요. 인구 소멸이 가시화되고 있는 현재의 상황을 분석한 책이 나왔어요.
《0.6의 공포, 사라지는 한국》은 인생명강 시리즈 스물한 번째 책이에요.
저자는 사회복지학과 교수이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자문위원단 위원, 보건복지부 사회보장위원회 기획전문위원, 법무부 양성평등위원회 위원, 교육부 정책자문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고 하네요. 저자는 합계출산율 0.6명대와 출생아 수 20만 명 이하인 상황을 '0.6의 공포'라고 표현할 정도로 심각한 위기임을 강조하면서, 그동안의 대응책은 퍼즐 조각 하나하나에 매달리는 방식이었다면 이제는 수많은 퍼즐 조각으로 큰 그림을 그릴 때라고 이야기하네요.
이 책은 한국의 저출생 및 저출산 현상을 일으키는 구조적 문제를 삶의 질 관점에서 살펴보고 있어요.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 해온 저출산 대응 흐름을 보면 주로 결혼 지원과 임신, 출산, 돌봄에 따른 비용 부담을 덜어주는 데 집중한 경향이 있는데, 아무리 비용 문제가 해결되어도 사람들은 아이 낳을 생각을 하지 않아요. 그 이유는 돈을 벌면 버는 대로, 아니면 못 버는 대로 내 생활에 만족하지 못하기 때문에 아이 낳을 생각을 하기가 어려운 거예요. 삶의 만족도가 낮으면 출산을 고려하기 어렵다는 의미인 거죠. 삶의 질을 구성하는 요소로서 경제적 생활수준의 향상은 저출산 현상의 반등을 가져오는 필요조건이에요. 여기에 더하여 주관적으로 내 삶에 만족하는 삶의 만족도는 충분조건이라고 볼 수 있어요. 따라서 왜 아이를 낳지 않느냐는 질문에 '비용 문제'라고 답한다면 필요조건에 맞춘 이야기가 되고, '성평등'이라고 답한다면 충분조건에 초점을 맞춘 이야기가 되는 거예요. 비용 부담 해소를 먼저 해야 하느냐, 엄마의 독박 육아와 경력 단절을 먼저 없애야 하느냐, 어느 것 하나 포기하거나 뒤로 미룰 수 없어요. 필요조건으로서 비용 부담 해소, 충분조건으로서 성평등을 동시에 추진해야 하는 거예요. 비용이라는 필요조건과 성평등이라는 충분조건을 단계적으로 충족시켰던 서유럽 복지국가와 달리 우리나라는 동시에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 바쁜 상황인 거예요. 삶의 질로서 박탈의 상태를 없앨 수 있는 사회보장제도를 확대하면서 동시에 불일치 상태도 감소할 수 있는, 삶의 만족도를 높이는 투 트랙 전략의 길을 가야한다는 점에서 저자는 대한민국 대개조 프로젝트를 이야기하고 있어요. 낮은 삶의 질을 개선하려면 피로사회, 불안사회, 차별사회, 박탈사회로부터의 변화가 필요하며, 구체적인 개선 방향은 사회보장 제도를 통한 복지국가 구축과 개인이 원하는 다양한 가족의 형태를 존중하는 다양한 사회와 공정사회로의 변화가 이루어져야 해요. 완전히 다른 기준으로 사람의 관점에서 마을을 만드는 노력을 각 지자체에서 시작하고, 이를 중앙정부가 적극 지원해야 가능한 해법이에요. 근데 올해 보건복지 예산은 사실상 삭감에 가깝다고 하니 깜깜하네요. 각계 전문가들은 정책적 아이디어와 제안과 대안을 모아 변화를 시작해야 할 때라고 이야기하는데 정작 정부는 제자리걸음인 거죠. 한국 사회의 저출산 고령화에 대해서 독일 트리어대학교의 한스 브라운 교수는, "제도 자체보다 중요한 것은 그 결정을 믿고 따르도록 하는 정치적 과정이다. 과정이 합리적이고 일관성 있을 때 합의에 도달할 수 있다. 공공선을 위해 일하는 좋은 정치인들을 많이 키워라. 갈등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다." (235p)라고 답했다고 하는데, 저자 역시 좋은 우리가 좋은 정치인이 많이 나오는 한국 사회를 만들어서 공포를 희망으로 바꾸어보자고 이야기하네요. 결국 우리가 만들고, 우리가 바꿔야 한다는 사실을 다시금 각성하게 만드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