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제네시스 - 우주, 지구, 생명의 기원에 관한 경이로운 이야기
귀도 토넬리 지음, 김정훈 옮김, 남순건 감수 / 쌤앤파커스 / 2024년 2월
평점 :
《제네시스》는 귀도 토넬리의 책이에요.
사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저자가 누구인지 전혀 몰랐지만 '우주, 지구, 생명의 기원에 관한 경이로운 이야기'라는 부제에 끌렸던 것이 그저 우연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됐어요. 귀도 토넬리는 '신의 입자'로 불리는 힉스 보손 Higgs boson 발견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 이탈리아의 입자 물리학자이며 현재 이탈리아 피사대학교의 일반 물리학과 교수이자 유럽 입자 물리 연구소(CERN)의 선임 연구원이라고 해요. 힉스 보손의 발견 덕분에 '입자 질량의 기원에 대한 근본적 이론'을 제시한 프랑수아 앙글레르와 피터 힉스가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했고, 귀도 토넬리는 세계적인 업적을 세운 과학자에게 수여되는 엔리코 페르미상과 새로운 힉스형 입자를 발견한 실험에서 리더십을 발휘한 공로로 특별 기초 물리학상을 수상했다고 해요. 여기서 잠깐, 힉스 입자가 뭘까요. 물리학 문외한에게는 외계어 수준이지만 관심을 가지니 신세계가 펼쳐지네요. 우주 탄생의 원리를 설명하기 위한 가설 중 가장 유력한 표준 모형에서 없어서는 안 될 소립자들 중 유일하게 존재를 증명받지 못한 입자였는데, 힉스 입자가 발견되면서 우주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물질이 어떻게 구성되는지를 설명할 수 있는 근거가 생긴 거예요. 우주가 막 탄생했을 때 몇몇 소립자들에 질량을 부여한 것으로 간주된 힉스 입자는 태초의 순간에만 잠깐 존재했던 것으로 추정된다는 이유로 신의 입자로 불리게 됐대요. 표준 모형에 의하면 대폭발로 우주가 생성된 시점부터 약 10억분의 1초가 지나는 동안 힉스 입자로 구성된 가상의 에너지 공간 힉스 공간을 다양한 소립자들이 통과하면서 소립자들이 질량을 얻게 된다고 해요. 1964년 영국의 물리학자 피터 힉스를 비롯한 여섯 명의 물리학자들이 이 가설을 처음 제시했고, 원자보다 작은 입자들을 측정해야 하는 특성 때문에 힉스 입자의 존재를 증명하려는 실험이 1980년대 미국 페르미연구소에서 입자 가속기 '테바트론'을 가동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됐으며 유럽입자물리연구소에서 강입자가속기를 운영하기 시작하면서 빠르게 진전되었다고 하네요. 그동안 물리학에서는 모든 물질과 힘이 16개의 입자와 이 모든 입자에 질량을 부여하는 힉스 보손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가설을 가지고 있었는데, 16개의 입자는 실험을 통해 입증되었지만 힉스 보손만 50년 넘게 증명되지 않다가 2013년 힉스 보손이 드디어 발견되었으니 대단한 업적인 거죠. 따라서 힉스 입자의 발견은 전 세계 물리학자들에게는 신대륙 발견과도 같은 엄청난 일이라고 볼 수 있어요. 표준 모델 퍼즐에서 누락되었던 잃어버린 조각인 힉스 입자가 발견되면서 힉스 메커니즘과 우주에 주요 스칼라 장의 존재를 확인시켜준 거예요.
이 책에서는 어렵고 복잡한 물리학 용어 대신 상상력을 동원한 놀라운 이야기가 펼쳐져요. 우주의 기원을 이해하려면 기존 질서에 대한 편견을 버리고 관점을 바꾸는 이론을 마주해야 해요. 저자는 현대 과학이 위대한 집단적 모험이며, 우주 탄생을 이해하려면 매우 위험한 여정을 감수해야 한다고 이야기하고 있어요. 전문용어의 장벽으로 막힌 과학의 세계를 저자는 일상적인 언어로 쉽게 설명해주고 있어요. 우리는 다른 동물과 달리 자신의 기원에 대한 궁금증을 품고 있어요. 이 책은 인간이 궁금해하는 우주의 기원, 생명의 기원 그리고 인류의 기원 중에서 가장 근본이 되는 우주와 그 속의 모든 물질의 기원을 다루고 있어요. 저자는 실험실에서 우주 초기 상태를 만들어 그 현상을 측정하므로 늘 제네시스의 현장을 체험하는 사람으로서 우리에게 우주 초기부터 최근까지의 진화를 7일로 구분하여 소개하고 있어요. 태초에 진공이 있었고, 첫째 날은 터져 나오는 숨결이 첫 번째 경이로움을 낳고, 둘째 날은 섬세한 손길이 모든 것을 변화시키고, 셋째 날은 불멸자들의 탄생이 있었고, 넷째 날은 마침내 빛이 있었고, 다섯째 날은 첫 번째 별에 불이 켜지고, 여섯째 날은 혼돈이 질서를 위장하고, 일곱째 날은 복잡한 형태의 무리가 나타나면서 창세기가 끝나는데 138억 년이 지난 거예요. 위대한 기원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우리 역사의 어느 시점에서 누군가가 이야기를 시작했다는 사실이 너무 놀랍고 경이롭게 느껴져요. 이야기가 없었다면 거대한 문명을 건설할 수 없을 뿐 아니라 가장 기본적인 사회 구조조차도 살아남을 수 없었다는 저자의 말에 공감해요. 인간의 상상력과 이야기 능력은 강력한 생존 도구이며, 어려운 과학조차도 흥미롭게 만드는 마법 도구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