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을 위한 나라는 있다
정성문 지음 / 예미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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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여기저기 심란한 뉴스들이 쏟아지고 있어요.

2024년은 인구 측면에서 유치원, 초등학교, 대학교에 입학하는 학생 수가 전년 대비 크게 줄어드는 이른바 '트리플 인구절벽'이 시작되는 해라는 거예요. 저출산이 계속되다 보니 어린이의 빈자리를 노인이 메우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어요. 동네 유치원이 폐업하고 양로원이 들어서는가 하면 초등학교는 폐교되고 요양병원은 하나둘 늘어가고 있으니 저출산 경고가 더 이상 경고가 아닌 피부로 와닿는 현실이 된 거죠. 태어나는 아이는 줄고 수명은 늘다보니 고령화 시계가 빨라지고 있는데, 노인 문제에 대한 관심과 대책은 미흡한 것 같아요. 도리어 늙은 사람을 틀딱이나 꼰대 등 멸칭을 붙여 반감을 드러내고, 노인 출입을 제한하는 노시니어존이 등장한 건 심각한 사회 문제라고 볼 수 있어요. 노인들을 향한 혐오표현은 우리 사회에 필요 없는 존재라는 잘못된 각인을 남겨 세대 갈등을 키우고, 노인들의 정신 건강을 위협하고 있는데, 우리나라가 OECD 주요국 중 노인 자살 1위인 것과 무관하진 않을 거예요. 나이 든다는 건 우리의 현실이고 미래인데 노인의 사회 배제와 혐오를 방치한다면 부메랑이 되어 우리 자신에게 돌아올 거예요. 노인 문제는 노인만의 문제가 아니라 모두의 문제라는 걸 알려주는 신박한 소설이 나왔네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있다》 는 정성문 작가님의 장편소설이에요.

이 소설은 가까운 미래, 가상의 공화국에서 벌어지는 노인 문제를 다루고 있어요. 주인공 한섭 씨를 통해 90년대 청년의 모습과 현재 노인이 된 일상이 교차되면서 시대 변화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어요. 평범한 일상을 보내던 한섭 씨가 광장에 나가 시위를 벌이게 된 건 20세기 여당 후보를 물리친 21세기 출생자 이동현이 공화국의 새 대통령으로 취임했기 때문이에요. 취임 즉시 대통령은 경로연금을 대폭 삭감하고 고령자에 대한 무상교통과 무상의료를 전면 폐지했으며 통신비 보조도 중단했어요. 국민연금은 재정 상태가 호전될 때까지 지급을 미루기로 했어요. 대통령의 행보에 젊은이들은 환호했고 전국 노인들의 곡소리는 커져갔어요. 연금 생활에 의존하던 노인들은 당장 끼니를 걱정하게 됐고 아파도 병원에 갈 수 없는 신세가 된 거예요. 참다 못해 광장으로 나온 앵그리 실버들과 이에 맞선 정부의 대결 구도, 그 끝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초고령화 사회를 그린 SF소설이 너무나 실감나게 느껴지면서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을 돌아보게 됐어요. 한섭 씨가 청년 시절부터 좋아했던 영국 록밴드 커팅 크루 Cutting Crew 의 「아이 저스트 다이드 인 유어 암스 I Just Died in Your Arms」 (1986)를 들으면서, 우리가 나아가야 할 길이 어디인지를 생각하게 됐어요. 이 소설을 읽고나니 영화 <은교>에서 70대 교수이자 시인 이적요의 한 마디, "너희 젊음이 너희 노력으로 얻은 상이 아니듯, 내 늙음도 내 잘못으로 받은 벌이 아니다."라는 말이 떠올랐어요. 꼰대도 한때는 요즘 것들이었고, 그 누구도 늙기를 바라지 않지만 세월은 영원한 젊음을 허락하지 않는다는 걸 기억한다면 노인을 위한 나라는 결국 모두를 위한 미래가 아닐까요.



"내가 얻을 수 없는 것을 찾아왔답니다

주변에는 상심한 사람들이 아주 많지만

난 여기서 빠져나갈 쉬운 길을 알지 못해요." (105p)

** 「아이 저스트 다이드 인 유어 암스 I Just Died in Your Arms」 원 가사는 다음과 같다.

( I keep looking for something I can't get / Broken hearts lie all around me / And I don't see an easy way to get out of thi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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