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꺼이 나의 죽음에 동의합니다 - 있는 힘껏 산다는 것, 최선을 다해 죽는다는 것
진 마모레오.조해나 슈넬러 지음, 김희정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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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9년이 지났지만 머릿속에 지워지지 않는 뉴스 기사가 있어요.

건강한 영국 70대 여성이 스위스에서 안락사를 선택했다는 내용인데, 아마 그 무렵부터 좋은 죽음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이 시작된 것 같아요.

《기꺼이 나의 죽음에 동의합니다》는 죽음에 관한 특별한 이야기를 담은 책이에요.

저자는 캐나다에서 최초로 의료 조력 사망을 시행한 의사 중 한 명으로, 여든이 넘은 현재까지 신념과 책임감을 갖고 일하고 있으며, 이 책은 욜란다 마틴스를 만나 그녀가 폐 이식 후에 발병한 암과 투병하는 과정을 함께하지 않았다면 나오지 않았을 거라고 하네요. 욜란다는 다수의 다른 환자들과 달랐고, 존엄성을 잃지 않고 죽음을 맞이하겠다는 그녀의 절박하고도 간절한 요청이 프로젝트의 원동력이 되었다고 하네요. 욜란다는 인생의 절반 이상을 병과 싸워왔고, 곧 그 병으로 죽게 될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녀가 가야 할 길은 평화로운 죽음을 맞이할 건지, 아니면 끔찍한 죽음을 맞이할 것인지만 남아 있었던 거예요. 죽음을 선택할 수 있느냐의 찬반 여부는 끝없는 평행선을 달릴 수밖에 없는 논쟁거리지만 이 책에 나오는 환자들의 이야기는 열린 마음으로 읽었어요. 욜란다는 "박사님이 내 이야기를 해주세요." (16p)라고 말했고, 여기에 등장하는 환자들은 스스로 원했고 가족에게서 이름을 실어도 좋다는 허락을 받았다고 해요. 그들은 삶을 포기한 것이 아니라 존중했기에 의료 조력 사망을 선택했던 거예요. 욜란다는 마지막 순간에 한 사람 한 사람과 눈을 마주치며, "이보다 더 나은 작별 인사는 상상할 수가 없어. 이제 마지막 플레이리스트를 틀어줘." (288p)라고 말했고, 심플 마인즈의 '날 잊지 말아줘'에 이어 콜드플레이의 '널 낫게 해줄게'를 비롯해 작별에 관한 노래들이 흘러나왔다고 해요. 만약 세상에 그들의 고통을 없애줄 수 있는 치료법이 존재한다면 분명 그들의 선택은 달랐을 거예요. 하지만 환자들의 현실은 참을 수 없는 고통 속에서 더 이상 나 자신이 아닌 상태를 버텨내는 것이었어요. 그들의 고통을 감히 짐작하기도 어렵지만 상상할 수 없는 지옥이 아닐까 싶어요. 중요한 건 환자들이 평화로운 마지막을 보냈다는 거예요. 저자는 자신의 일이 매우 특별한 일이고, 그에 따라 특별한 짐을 져야 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있어요. 저자의 말처럼 좋은 죽음은 그냥 벌어지는 일이 아니에요. 죽음도 선택할 권리로 보고 안락사나 조력 자살을 합법화한 국가들은 극히 일부지만 이제 우리도 생명의 존엄성 문제와 의료 조력 사망에 대한 적극적인 논의가 필요한 때인 것 같아요.




사람들은 가끔 내게 묻는다.

"히포크라테스 선서는 어떻게 하고요? 

환자의 심신에 해로운 일을 하지 않겠다는 선언 말이에요."

믿지 못하겠지만 의사가 하는 많은 일이 실은 해롭다.

우리는 누군가를 살아있게 한다는 명목으로 해를 끼치고 고통을 지속시킬 때가 많다.

화학 요법을 더 하세요. 방사능 치료를 더 해야 합니다. 새롭게 시도해볼 방법은 항상 있게 마련이다.

"이제 그만 살고 싶어요."라고 누가 말해도 우리는 그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도록 훈련을 받았다.  의료 조력 사망이 다른 점은 물론 내가 죽음의 사신 역할을 한다는 사실이다.

내가 환자를 죽음에 이르게 하는 책임을 진다.

하지만 그것은 내가 기꺼이 지겠다고 동의를 한 짐이다.

그것이 잘못되었거나, 부도덕하거나, 적절치 못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어떤 이들에게는 그것이 옳은 일이며 친절한 일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내게 그것이 짐이라는 사실, 언제나 짐일 것이라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이 일을 하기 위해서는 그 짐, 내가 적극적으로 누군가의 죽음을 초래했다는 짐을 질 수 있어야 한다.  나는 그 짐을 영원히 내려놓지 못할 것이다. (6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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