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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정과 열정사이 Rosso (리커버) ㅣ 냉정과 열정 사이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4년 2월
평점 :
영원히 변하지 않는 사랑이 있을까요.
누구도 이별을 생각하며 사랑을 시작하진 않지만 그 끝을 알았다고 해도 멈출 순 없었을 거예요.
그게 사랑인 것 같아요. 숨쉬듯 자연스럽게 끌렸다가 한순간 재채기처럼 달아나는... 그래서 늘 사랑 이야기에 빠져드나봐요. 뻔해 보이지만 매번 새롭게 심장을 파고드니 헤어나올 수가 없어요. 사랑 이야기 하면 빼놓을 수 없는 《냉정과 열정사이》 가 벌써 출간 24주년이 되었다니 그 세월에 깜짝 놀랐어요. 신기하게도 세월이 무색하게 아오이와 쥰세이의 사랑 이야기는 여전히 지금도 유효하더라고요. 사랑했으나 헤어진 여자와 남자, 두 사람의 이야기를 각각 여성 작가와 남성 작가가 나누어 절반의 이야기를 써내려갔다는, 바로 그 점이 이 작품의 핵심이자 매력이라고 생각해요. 원래 이 소설은 월간지에 에쿠니 가오리와 츠지 히토나리가 번갈아 가며 이어쓰는 방식으로 이 년 남짓 연재되었고, 완결된 다음에는 에쿠니 파트는 빨간 표지의 Rosso(로쏘, 이탈리아어로 빨간색), 츠지 파트는 파란 표지의 Blu(블루)로 묶어 단행본 세트가 출간되어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영화로도 제작되었어요. 그 당시 엄청난 인기 덕분인지 피렌체 두오모 성당이 연인들의 성지로 유명해졌더랬죠. 연애와 사랑에 대해 궁금하거나 감성을 자극할 러브 스토리를 원한다면 영화보다는 원작 소설을 읽기를 추천해요. 남녀의 사랑을 각각 여자와 남자의 시선으로, 두 권의 책을 읽어보면 '아하, 역시 여자와 남자는 다르구나. 그 미세한 차이와 다름을 이해하지 못한 거구나.'라는 걸 느낄 수 있을 거예요. 우리 현실에서 남녀 간의 갈등은 여자와 남자가 서로의 본질적인 차이점을 인지하지 못해서 생기는 거라고 하잖아요. 상대방이 자신이 생각하는 것처럼 생각하고, 자기가 원하는 것을 원할 거라고 믿는 것이 얼마나 엄청난 착각이고 오해인지를 모르기 때문에 뜨거웠던 감정이 냉랭하게 식어버리는 거예요. 이별은 사랑이 변했기 때문이 아니라 서로가 서로를 잘 몰라서 벌어진 결과일 뿐이에요.
《냉정과 열정사이 Rosso》는 에쿠니 가오리 작가님이 쓴 아오리의 삶과 사랑 이야기예요.
이 소설에서는 아오리가 쥰세이와 헤어지고 8년이 흐른 현재의 시점에서 과거를 회상하는 내용이에요. 아오리에게 아가타 쥰세이는, "내 인생에서 절대로 사라지지 않는 터무니없는 무엇." (91p)이며, "우리는 둘 다 열아홉 살이었고, 아직 어린아이였다. 그리고 야만적인 사랑을 했다. 야만적인, 자신의 전 존재로 서로에게 부딪치는, 과거도 미래도 미련 없이 내던지는." (92p) 였기에 결코 지울 수 없는 한 사람인 거예요. 에쿠니 가오리 작가님의 소설을 읽다보면 본 적 없는 인물들과 그들의 마음이 눈앞에 펼쳐지는 듯 마법 같은 문장을 만나게 돼요.
"쥰세이는 동사의 보고였다. 만진다. 사랑한다. 가르친다. 외출한다. 본다. 사랑한다. 느낀다. 슬퍼한다. 사랑한다. 화를 낸다. 사랑한다. 사랑한다. 더욱 사랑한다. 운다. 상처 입는다. 상처 입힌다." (102p) 라는 문장을 보면서 공감했어요. 사랑은 명사가 아니라 동사라고, 사랑을 표현하고 다가가며 만지고 어딘가를 향해 끊임없이 움직이는 거라고 말이에요.
아오리는 쥰세이를 사랑했고, 함께 했던 그 시절을 행복한 추억으로 기억하고 있어요. 결코 잊을 수 없는 사람, 그 기억이 사랑인 거냐고 묻는다면 대답은 오직 아오이만이 할 수 있어요. 그래서 두 사람의 결말은 열려 있어요. 살아 있는 한 사랑은 계속 될 테니...
"사람은, 그 사람의 인생이 있는 곳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다.
그 사람이 있는 장소에, 인생이 있다." (236p)
